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회계업계 최주요사안인 외부감사법 개정안(신외감법)을 얘기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제20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의정활동을 하던 당시 '6+3년' 구조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설계하고 신외감법 입법을 주도했다. 전례없는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정계는 물론 재계 관계자들도 두루 만나 이해와 동의를 끌어냈다.
최 전 의원은 다음달 19일 치러질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낼 계획이다. 벌써부터 축소·완화가 거론되는 신외감법 수성부터 시작해 회계업계의 사회적 중요도를 더욱 끌어올리기 위한 조율자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최 전 의원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외감법을 비롯한 회계 개혁법안을 제대로 정착시켜 회계사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다"며 "자본시장의 파수꾼이라는 회계업계 기능을 끌어올려 그에 걸맞는 사회적 대접을 받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Q. 출마 이유는
작년 10월께 회계법인 대표 몇 분이 만남 요청을 해왔다. 신외부감사법을 비롯한 기업회계 선진화 법안이 흔들릴 위험에 처해있으니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하시더라. 법의 취지와 배경을 잘 아는 사람이 한공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신외부감사법은 내가 직접 발의한 법안인 만큼 법의 논리와 근거를 잘 알고 있다. 이분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한공회장으로 나서 회계업계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이 커졌다.
Q. 회계법인에 소속된 적이 없었던 회계사다
맞다. 나는 학계에 오래 몸담았고 의정활동도 했다. 회계법인에서 일한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업계의 특정 측면에 매몰되지 않고 편견없이 회계업계 전반을 대변할 수 있다.
회계업계에 있어서 지금은 평시가 아니다. 업계 전체가 위기를 돌파해야 하는 시기다. 업계 내 특정 업권의 이해를 대변해야 하는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빅4와 중견 로컬, 중소회계법인 등 규모와 관계없이 전체 업계가 처한 문제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전략을 짜고 실행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기존 소속 업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은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
소속 법인이 없었던 만큼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업계 내 이해관계를 조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공회장은 혼자 일하는 이가 아니다. 회장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이들과 설득하면서 일할 줄 알아야 한다. 회계법인의 실무에 대해선 실무에 밝은 분을 부회장으로 모셔서 그분들과 같이 일하겠다.
Q. 한공회장이 되기 위한 강점이 있다면
업계 전체를 대변해 정부, 국회, 학계, 언론 등과 폭넓게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회계업계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잘 설명하고 이해를 높이는 능력이 특히 중요하다.
나는 학계에 있으면서 한국증권학회장, 한국금융학회장 등을 지내며 학계를 비롯해 유관업계 주요 인사들과 폭넓게 교류했다. 한국증권연구원장(현 자본시장연구원장) 증권관리위원(현 금융위 증권선물위원), 금융감독선진화추진위원장, 코스닥위원장, 규제개혁위원, 금융통화위원 등도 거쳤다. 의사결정권자들과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정계에선 20대 국회의원을 하면서 4년간 정무위원을 맡아 직접 의정활동을 해왔다. 여야를 불문하고 '대화가 되는 의원'으로도 평가받았다.
회계업계와 주요 사안 논의거리가 많은 재계와도 관계가 좋다. 상장사협의회 자문교수를 15년간 했고, KB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미래에셋생명 등 금융회사 사외이사도 지냈다. 제조업 기업의 사외이사도 해봤다. 경험이 많은 만큼 각계 이해관계자들간 원만한 조정을 이끌 자신이 있다.
Q. 공인회계사회를 어떻게 이끌고 싶은가
공인회계사는 자본주의의 파수꾼으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다른 주요 전문직군에 비해 보면 상대적으로 역할에 걸맞는 사회적 대접을 받지 못했다.
의사는 환자가 생겼을 때 치료를 하고, 변호사가 사건이 발생했을 때 법적 대응을 한다면 회계사들은 회계부정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예방적 차원에서 주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눈에 확 띄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투자자부터 기관투자가, 채권자, 금융회사 등이 의사결정을 할 때 가장 먼저 참고하는 것은 감사를 거친 재무제표다. 기업 자체도 미래 투자 등을 결정할 때 재무제표에 근거해 판단을 내린다.
공인회계사들이 맡은 주요 역할에 맞게 제대로 된 사회적 평가를 받도록 돕고자 한다. 여기에 있어 주요 관건이 기업회계 선진화 법안 정착이다. 과거와 비교해보면 주기적 지정제가 도입된 후 회계업계의 위상이 확 올라갔다. 법안을 제대로 뿌리내리도록 해 회계사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계속 갖도록 하고, 시장경제도 건전한 발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
업계 내부의 쟁점거리에 대해서도 중립적으로 살피겠다. 회계업계 안에서도 규모나 직역 등에 따라 각 측의 이해관계가 서로 갈리는 사안이 많다. 오랫동안 특정 법인이나 직역에서만 종사해온 이들은 간과할 수 있는 점들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살피고 아우르겠다. 각 이해관계자와는 온화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Q. 신외감법에 대한 입장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6+3년' 구조다. 아직은 한 바퀴도 돌지 못했다. 일단 6+3년은 두고 본 다음에 개선 방향을 논의해야지, 벌써 후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제도의 취지를 지키는 것이 나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2016년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회계부정 사태 이후 2017년에 IMD가 회계투명성 평가를 했다. 당시 한국은 평가대상국 66개국 가운데 66위로 꼴찌였다. 세게 10위권 경제강국인 나라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질적 지표다. 이는 단순히 개별 지표가 낮다는 문제만이 아니다. 회계투명성은 한국 기업에 대한 신인도에도 연동되기 때문이다.
당시는 감사인을 피감사인이 마음대로 고르는 자유수임제로만 제도가 운영되다보니 감사인인 회계법인이 피감사인인 기업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다. 반면 신외감법 도입 이후 한국 순위는 30위권으로 올라왔다. 회계감사의 질이 상당히 올랐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한국의 경제적 규모를 고려하면 회계투명성 순위가 최소 20위권으로는 올라와야 한다.
외국 투자자 등은 한국에 기업 규제 완화를 주로 요구한다. 나 또한 항상 규제 완화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규제를 완화하려면 회계투명성이 보장됐다는 전제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채로 규제만 완화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기업을 무시하게 될 뿐이다.
신외감법은 그간 격차가 컸던 외부감사인과 피감사법인과의 관계를 대등한 관계로 만들었다. 이 조치가 지켜져야만 제대로 된 외부감사가 이뤄질 수 있다. 제대로 된 외부감사는 회계투명성으로 이어지고, 이는 또 적절한 규제완화와 기업 투자·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본다.
Q. 기업들은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기업들의 주요 항의 쟁점은 두 가지다. 일단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법이란 점이다. 하지만 경제 규모에 비해 회계 투명성이 세계에서 꼴찌를 했을 정도인 것 또한 유레를 찾기 힘든 일이다. 강력한 타개책이 필요한 이유다.
두번째는 비용 문제다. 기업들이 대부분 신외감법에 따른 감사 보수를 단순 비용으로 생각한다. 법안을 발의했을 때에도 상장사 관계자나 재계 관계자들의 비슷한 항의를 여럿 받았다.
하지만 법안의 취지는 비용을 증가시키는 게 아니다. 지정감사제로 인해 감사 보수가 기존 대비 올라갈 수 있지만, 이로 인해 증가할 수 있는 기업의 이득은 보수 증가분보다도 더 크다. 기업의 국제 신인도가 높아지면 대출금리가 더 낮아질 수 있고, 투자금도 더 모일 수 있다. 기업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
회계투명성을 강화하는 일은 잠재적 손실도 막는 일이다. 대규모 분식회계가 한 번 발각되면 그 기업은 사실상 거의 망하지 않는가. 이를 예방해주는 게 제대로 된 회계 감사다. 제대로 된 감사가 단순히 감사 비용을 늘리는 게 아니라 기업의 장기가치를 위한 투자라는 얘기다.
애초에 법안 발의를 했을 때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간 인식 차이로 내용이 후퇴될 수 있었으나 각계를 설득해 내용을 지켰다. 이해관계자들에게 신외감법이 기업 경쟁력 강화 수단이라는 것을 널리 알릴 자신이 있다.
Q. 회계사 선발인원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회계사를 연간 1000명 이상 선발하는 게 이미 여러해째다. 인공지능(AI) 시대에 회계사 인력 수요가 지금과 같을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기술이 빠르게 진보하는 와중에 지금같은 수준이 적정할지, 매년 몇명의 공인회계사를 선발하는 게 합리적인지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논의해 조정하겠다.
Q. 보다 다양한 층의 이야기를 듣는 한공회를 추구한다고 했다
나는 1950년생이다. 나이가 많지만 젊은이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열려있다. 34년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로 지내면서 매 해마다 19살 대학 신입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20대 초반 학생들과 부대끼면서 살았기 때문이다. 청년 회계사들의 고민이나 의견을 듣고 반영할 준비가 돼 있다. 대학을 정년퇴직하면서도 청년들을 위한 일을 많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국회서도 관련 입법을 여럿 했다.
청년회계사에 더해 20%에 달하는 여성 회계사들의 목소리도 반영할 수 있도록 한공회를 이끌겠다. 이를 위해 이사회 등 지배구조를 선진화할 계획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