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제2부속실 설치할 건가요?"…尹, 뭐라 답할까

입력 2024-05-08 15:51
수정 2024-05-08 15:52

윤석열 대통령이 폐지를 공약했던 민정수석실이 정부 출범 2년 만에 부활하면서 김건희 여사를 향후 전담할 제2부속실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윤 대통령이 오는 9일 기자회견에서 어떤 입장을 밝힐지 관심이 쏠린다.

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오는 9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연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먼저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 2년간 국정 운영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남은 임기에 대한 각오를 제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지는 취재진과 질의응답은 주제 제한 없이 자유롭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가능한 모든 주제에 대한 질문이 나올 텐데, 국민이 궁금해하는 질문으로 준비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부분, 오해하는 부분에 대해 직접 소상히 설명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했다. 민감한 현안에 관한 질문을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이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당초 폐지를 공약했던 민정수석실을 되살린 만큼,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김 여사를 전담할 제2부속실도 다시 설치할지에 대한 질문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민정수석실을 비롯한 제2부속실 등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해 이를 실행에 옮겼다. 대통령 권한을 축소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끝내겠다는 취지였다. "대통령 부인은 그냥 가족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드러냈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공약 이행이 무색할 정도로 2022년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제2부속실을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대통령실이 확보하지 못한 사진 자료가 김 여사 팬클럽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거나, 김 여사의 외부 일정을 민간인이 수행하는 등 잡음이 이어지면서다.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공적 조직에서 (김 여사를) 관리해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2023년 김 여사의 '광폭 행보'로 한동안 잠잠했던 제2부속실 설치 여론은 올해 1월 윤 대통령이 쌍특검법(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및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재점화됐다. 당시 거부권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국민 대다수께서 설치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시면 검토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는 거부권 행사로 악화하는 여론에 대한 대응책으로 해석됐었다.

그런데도 김 여사의 잠행이 140일 넘게 길어지면서 여권 내부에서까지 제2부속실 설치 요구가 나오고 있다. 5선 고지에 오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민정수석실 신설은 대통령실이 민심을 받든 것인데, 빨리 제2부속실도 설치해야 한다"며 "제2부속실 설치로 민생 소통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총선 기간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국민 3명 중 2명은 대통령 배우자를 관리할 제2부속실 부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최근 나왔다. 알앤서치가 아시아투데이 의뢰로 지난 3~5일 성인 1005명을 조사한 결과, 제2부속실 설치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64%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68.1%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26.9%,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9.1%였다. 이 조사는 무선전화 RDD 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1.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민정수석실에 이어 공약을 또 번복하기에는 부담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제2부속실 설치뿐만 아니라 조속히 특별감찰관까지 임명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고 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 및 대통령 4촌 이내 친족,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을 감찰한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도입됐으나, 초대 특별감찰관이 1년 5개월 만에 사직하면서 현재까지 공석 상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