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300만원 줘도 안 와요"…서초구 중학교 부실 급식 이유 있었다

입력 2024-05-08 14:50
수정 2024-05-08 15:08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공립 중학교에서 부실 급식 논란이 제기돼 학부모의 공분을 산 일이 있었다.

논란은 지난달 26일 시작됐다. 서초구 학부모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에 '○○중 아이들은 걸식아동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다. 제목은 빌어먹는 음식에 빗댈 만큼 급식이 형편없었음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작성자 A 씨는 "오늘 ○○중 급식"이라면서 이 학교 학생이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식판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 따르면 해당 일자에 급식으로 제공된 음식은 흰 쌀밥과 국, 반찬은 순대볶음 한 종류뿐이다. 식판의 나머지 칸은 텅 비어있는 모습이었다. A 씨에 따르면 여기에 별도의 조리가 필요 없는 유산균 음료가 하나 더 제공됐다.

해당 중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된 점심 식단표에 따르면 이날 제공된 메뉴는 칼슘 찹쌀밥·두부 김치찌개·순대 야채볶음·포기김치·엔요(유산균 음료)였다. 사진 속 식단에서 김치만 더한 격이다.

해당 게시글을 접한 학부모들은 "설문에서 반찬 가짓수를 줄여 나온다고는 했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 "남편이 군대도 저렇게 안 나온다고 경악한다"라며 비판했다.

특히 한 학부모는 자녀가 이 학교에 다닌다면서 "중학교 1학년 자녀에게 오늘 급식 이렇게 나온 것이 사실이냐 물었더니 맞다고 했다"며 "이러니 아이들이 밖에서 사 와서 먹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강남·서초 지역 공립학교들이 급식 조리실무사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조리원 구인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8일 국민의힘 고광민 서울시의원(서초3)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서울 지역 공립학교의 조리실무사 결원은 292명이다. 학교급식 운영을 위해 필요한 조리실무사 전체 인원인 3940명 중 7.4%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강남·서초 지역의 조리원 결원이 119명이었다. 서울 전체 조리실무사 결원 중 40.7%가 이 지역에 편중된 상황이다.

이날 고용노동부 고용정보시스템 워크넷 채용정보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서울로봇고·경기여고·서초구 영동중 등 이 지역 공립 학교가 조리원을 구인하고 있었다. 주 40시간 근무에 시급은 1만2140~1만3000원 수준이었다.


사립 학교인 강남구 중산고·중동고도 채용 공고를 냈다. 중동고의 경우 연봉 3600만원을 내걸었으나 아직 채용되지 않은 상황이다.

조리원이 쉽사리 충원되지 않는 배경에는 강도 높은 노동량과 산업재해 우려가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시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이기도 한 고 의원은 "조리원은 노동강도가 높은 데 비해 급여가 낮고, 폐암 발병 등의 우려까지 있어 구인난이 손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결원이 발생한 학교에서는 급식이 중단되거나 식단이 부실해지는 등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 의원은 "교육청은 조리실무사 급여 인상, 급식실 내 환기시설 설치 등 조리실무사들의 업무환경을 개선하고 이들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구조적 개선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논란이 된 서초구 중학교의 급식과 관련,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서초구 홈페이지 민원 답변란을 통해 "학교 측에 관련 내용을 문의한 결과, 교내 조리 종사원 부족으로 반찬 가짓수가 4찬에서 3찬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급식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 소관 기관인 강남서초교육지원청과 해당 중학교와 연락해 조속한 조리원 증원 등을 건의했으며, 이에 대해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서 차기 발령 시 조리원 배치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