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순방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유럽 지도자들이 ‘엇갈린’ 태도를 보였다. 이들은 과잉 생산이라는 중국의 무역 관행을 정면 비판하면서도 중국과 협력을 확대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 시 주석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3자 회담에서 통상 마찰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중국 정부에 구조적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하도록 촉구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중국의 무역 관행을 유럽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이날 시 주석은 비공개 회담에서 “중국의 과잉 생산 능력 문제는 비교 우위 관점이나 글로벌 수요에 비춰볼 때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EU와 중국은 극명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 지원을 억제해 달라고 중국에 촉구했으나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용해 제3국을 비방하거나 ‘신냉전’을 부추기는 일에 반대한다”고 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크롱 대통령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함께 회의를 연 이유는 시 주석에게 유럽의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3자 회담은 EU와 중국 간 대립 구도로 비칠 수 있지만 유럽 국가별 속내는 다르다는 관측이 나온다. 프랑스와 중국 정상회담에서 우호적 분위기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파리올림픽 기간 전 세계 휴전 지지에 감사를 표했고, 중국의 반덤핑 조사가 진행 중인 코냑을 선물하며 ‘코냑 외교’를 펼쳤다.
유럽은 국가별로 산업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정책을 두고서도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에 착수했을 당시 중국산 전기차와 경쟁해야 하는 프랑스 저가 자동차 제조 업체들은 EU가 내린 결정을 응원했다. 하지만 독일은 중국 내 자국 자동차 산업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민간 연구소 로듐그룹의 노아 바킨 유럽·중국 분석가는 “중국은 유럽의 투자와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유럽은 중국에 어느 정도 우위를 갖고 있다”면서도 “그 우위는 유럽이 단결해 동일한 메시지를 보낼 때만 작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