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침수피해 6000건, 빗물터널 가동후 '0건'

입력 2024-05-07 18:15
수정 2024-05-08 18:16
“가장 피해가 심했던 2010년엔 접수된 침수 피해가 6000건이 넘을 정도였는데, 빗물 터널을 개통한 이후에는 건수가 ‘제로(0)’입니다.”(이성연 서울시 양천구 치수과장)

지난달 29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빗물저류배수시설(빗물 터널·사진) 점검 현장. 올여름 때 이른 폭우가 올 수 있다는 기상 전망에 이기재 양천구청장을 비롯해 관련 직원들이 현장 점검을 벌였다.

장화와 안전모를 착용하고 아파트 15층 높이만큼 내려갔다. 엘리베이터 문을 여니 어느새 휴대폰 신호는 끊겨 있었고, 사람 7~8명 키 높이의 어둡고 긴 동굴이 위용을 드러냈다.

이곳은 예상치 못한 폭우 때 빗물을 가둬 침수 피해를 방지하는 국내 첫 ‘대심도(40m 이하 지하) 빗물 터널’. 지름 10m, 길이 4.7㎞의 규모로 총사업비 1380억원을 투입해 2020년 완공했다.

터널에선 물비린내가 약하게 났다. 내부는 대체로 고요했고, 환기 수직구(공기 조절하는 구멍)를 지날 때면 바람 소리가 퍼졌다. 입구부터 빗물이 터널 내부로 들어오는 유출 수직구까지의 거리는 3.6㎞에 달해 차량으로 이동했다. 도착한 수직구 주변에는 물이 찰랑찰랑 차올라 있었다. 이 과장은 “장마철이 오면 이 커다란 터널 전체가 빗물로 가득 채워진다”고 설명했다.

신월동 빗물 터널은 최대 32만t의 빗물을 채울 수 있는 지하 저수지다. 신월동과 화곡동 일대에 내리는 시간당 100㎜ 수준의 폭우를 감당해 침수를 막는다. 받아둔 빗물은 비가 그친 뒤 펌프장을 통해 인근 안양천으로 배출한다.

우기에 대비해 양천구는 지난 1월부터 터널 내부에 쌓인 준설토 222㎥를 제거하고 수문 등 주요 설비를 집중적으로 정비했다. 이달 말까지 터널 내부에 CCTV 4대를 설치해 침수 상황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이 구청장은 이날 제어실 가동 현황과 수직구 및 수문 작동상태 등을 꼼꼼히 확인했다. 그는 “서울 나머지 지역에도 이런 터널이 조속히 완공돼 도심 빗물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광화문과 관악·구로·영등포구를 지나는 도림천, 강남역 인근에도 빗물 터널을 건설하고 있다. 모두 상습 침수구역으로 꼽히는 곳으로, 2029년 장마부터 활용하는 게 목표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