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진 금감원, 기술특례상장시 시나리오별 매출원가까지 기재 권고

입력 2024-05-07 16:11
이 기사는 05월 07일 16:1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치과용 의료기기 전문업체 하스가 시나리오별 예상 매출을 비롯해 영업이익, 순이익, 매출원가 등을 투자자에게 공개했다. 지난해 ‘파두 사태’ 이후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시나리오별 예상 매출을 제시해야 하는데, 금융감독원이 더욱 상세한 정보를 기재하도록 권고해서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스는 지난주 코스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면서 2026년까지 시나리오별 매출뿐 아니라 시나리오별 영업이익, 순이익, 매출원가 등을 상세하게 기재했다.

이 회사는 2008년 설립된 치과용 소재 전문 제조사다. 자연치와 유사한 치과용 보철 소재인 ‘글래스 세라믹’이 핵심 제품이다.

오는 6월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공모가는 9000~1만2000원이며, 예상 시가총액은 705억~940억 규모의 중소형 공모주다. 삼성증권이 주관사다.

지난해 ‘파두 사태’ 이후 기술특례로 상장하는 기업은 시나리오별 매출을 증권신고서에 기재하고 있다. 공모가 산정에 반영된 추정실적만 제시하던 방식에서 낙관적, 중립적, 보수적 가정일 때 매출을 모두 제시하는 것이다. 매출 ‘뻥튀기’ 상장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금융감독원 주도로 투자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다.

매출뿐 아니라 미래 추정 영업이익, 순이익, 매출원가 등을 시나리오별로 제시한 건 하스가 처음이다. 금감원이 하스의 증권신고서 효력 심사 도중 매출원가 등 매출 추정치의 근거를 더욱 상세하게 공개하는 게 좋겠단 의견을 전달해서다.

매출뿐 아니라 비용구조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기준인 순이익 규모가 크게 바뀌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지난해 금감원이 회계심사·감리를 지적한 사례 중 매출을 부풀리는 등 매출 및 매출원가를 허위로 계상한 사례가 가장 많기도 했다.

하스가 제시한 시나리오별 매출 및 순이익을 살펴보면 ‘베스트’일 경우 2026년 추정 매출은 473억원, 순이익은 104억원이다. 공모가 산정에 반영된 추정 실적이다. 반면 ‘노멀’일 때 2026년 추정 실적은 매출 347억원, 순이익 37억원이다. ‘워스트’인 경우엔 매출 249억원, 순손실 20억원으로 줄어든다.

인건비, 경상 연구개발비, 상각비 등 고정비용으로 인해 매출 감소 폭보다 순이익 감소 폭이 더욱 가파르게 나타났다.

금감원은 창구 지도나 공시 서식 변경이 아니라 개별 심사 건에 대해 하스 및 주관사와 협의하에 이뤄진 내용으로 모든 IPO 기업에 적용되는 의무 사항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추후 상황을 살펴 다른 IPO 기업에도 적용하는 게 적절할지 논의할 예정이다.

IPO 업계에선 해당 내용을 공개하는 게 기술특례상장 기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대형 증권사 IPO 본부장은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단기 실적이 아니라 미래 실적을 보고 투자해야 하는 곳”이라며 “어떤 가정에 따라 미래 실적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공개하는 게 오히려 기업 입장에선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