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에서의 대화 녹음은 최근 몇 년 간 많은 관심과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문제나 분쟁 해결을 위해 일부 직원들이 대화를 녹음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과거에는 자신이 대화의 당사자로 참여하는 대화나 미팅 등이 녹음의 대상이었으나, 이제 스마트폰 녹음 기능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그 품질도 향상되면서, 자신이 대화의 당사자는 아니고 제3자임에도 불구하고, 들리는 음성을 녹음하는 형태도 직장 공간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이는 여러 법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직장 내 대화 녹음은 두 가지 주요 형태로 나뉩니다. 당사자가 자신이 참여하는 대화를 녹음하는 경우와 제3자가 참여하지 않은 대화를 녹음하는 경우입니다. 각각의 경우에 법적 함의와 책임이 상이하므로 이를 포괄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대화 참여자의 녹음
우선 자신이 참여한 대화에서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고 녹음된 내용을 직장 내 괴롭힘의 신고나 징계 절차에서의 증거로 사용하는 일은 자주 일어나는 편입니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것처럼 녹음자가 대화의 당사자로 대화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그 대화를 몰래 녹음하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되지 않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사람을 형사처벌하면서(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1호, 제3조 제1항), 이러한 방법으로 습득된 증거는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같은 법 제4조). 그런데 자신이 당사자로 참여해 나누는 대화는 타인 간의 대화가 아니기 때문에 몰래 녹음을 하더라도 그 녹음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으로 처벌되지 않고 이러한 증거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전화 통화 녹음이나, 화상회의 시스템에서 제공되는 녹음 기능을 활용하는 경우에도 동일합니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 녹음된 내용을 사용하는 방식에서 형사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데 예를 들어, 녹음 내용이 제3자에게 공개되었을 때 명예훼손이나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형사상 책임과는 달리, 대화 당사자가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취하는 행위는 민사상으로는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녹취는 사안에 따라 피녹음자의 헌법상 '음성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사람은 자신의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사항을 함부로 타인에게 공개 당하지 아니할 법적 이익을 가지므로,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사항은 비밀로서 보호되어야 하고, 이를 부당하게 공개하는 것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해 상대방의 동의 없는 녹음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입장이고(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다36725 판결), 하급심 법원들은 "피녹음자의 동의 없이 피녹음자의 대화 내용을 비밀리에 녹음하고 이를 재생하여 녹취서를 작성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피녹음자의 음성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시하면서 "그것이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당화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고 있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22. 1. 13. 선고 2021나316060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7. 21. 선고 2015가단5324874 판결 등 다수).
즉, 자신이 참여한 대화라도 상대방의 동의가 없었다면 원칙적으로 민사상의 불법 행위로 간주되어 위자료 책임을 부담하며, 다만, 예외적으로 “녹음자에게 비밀녹음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당한 목적 또는 이익이 있고 녹음자의 비밀녹음이 이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져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만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그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대구지방법원 2022. 1. 13. 선고 2021나316060 판결)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3자에 의한 녹음
앞서 본 바와 같이 제3자가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경우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엄격히 금지되어 있으며, 이는 사무실 내에서 직원들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행위나 회의실에서 비밀리에 녹음 기기를 설치하는 등의 행위를 포함합니다.
다만, 스마트폰을 통한 녹음 일상화로, 때로는 자신이 대화의 참여자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사무실 공간의 특성 상 가청거리 내에서 타인의 대화를 녹음하는 경우가 있고, 이것이 법률상 허용되는 것인지가 문제되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 자신은 녹음기를 켜 놓고 있었을 뿐이고, 들리는 대화를 자연스럽게 녹음을 했을 뿐이기 때문에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2022. 8. 31. 선고 2020도1007 판결 등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대화를 하는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청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고 전제하면서 따라서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일반 공중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하면서, 구체적으로 일반 공중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된 것인지는 발언자의 의사와 기대, 대화의 내용과 목적, 상대방의 수, 장소의 성격과 규모, 출입의 통제 정도, 청중의 자격 제한 등 객관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즉 기업의 사무실 공간, 회의실 등 공개된 장소에서 일어난 대화이고 이것이 외부에 들린다고 하더라도 회의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녹음하는 행위는 그 발언이 일반 공중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된 것이라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형법의 일반적 위법성 조각사유인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않는 정당행위의 법리가 적용되어 사후적으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은 가능하겠습니다.
◆법적 문제 넘어 조직 신뢰의 문제
직장 내 녹음 문제는 단순히 법적 측면을 넘어 조직의 신뢰와 문화에 깊이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직장 내에서 직원들끼리 녹음을 하는 행위가 직장 내 신뢰의 분위기를 해친다는 한탄을 하면서, 원론적 당위성에 입각하여 녹음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단순한 주장만을 하는 것은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보입니다. 따라서 인사 노무 담당자나 책임자로서는 직장 내 녹음의 법적 책임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에 대한 명확한 정책을 수립함과 동시에 모든 직원이 이 정책을 이해하고 준수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특히, 스마트폰의 녹음 기능을 남용하여 타인 사이의 대화를 무차별적으로 녹음하는 직원이 있을 경우, 통신비밀보호법이나 내규 및 취업규칙을 근거로 형사적 조치나 직장 내 징계처분을 고려하는 것도 가능해 보입니다. 이는 녹음 자료가 가지고 있는 실체적 진실 발견의 기능도 살림과 동시에 무차별적으로 녹음이 이루어짐으로 인해 직장 내에서의 신뢰와 존중이 무너지는 것을 막는 데도 기여할 것입니다.
김은지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