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코를 가져다대자 시동이 걸린다. 스티어링 휠은 강아지 발 모양에 최적화됐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에는 색깔을 구별하지 못하는 강아지를 위해 신호등을 감별하는 기능이 적용됐다.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만우절을 맞아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차세대 자율주행차 ‘도그빌리티’(도그+모빌리티) 광고다. 이 광고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만들었다.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대행사 이노션이 챗GPT,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 등을 써서 세상에 없는 가상 이미지를 창조했다. 공개 직후 AP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참신한 AI 광고”라는 평을 쏟아냈다.
제일기획, 이노션 등 광고회사들이 ‘생성 AI 광고’에 주목하고 있다. 동영상 생성 AI 서비스가 등장하면 광고기획사가 타격받을 것이라는 초기 우려와 달리 전담팀을 꾸려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AI가 이미지·음악·내레이션까지6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이노션은 지난 3월 생성 AI 전담 조직 ‘AI솔루션팀’을 신설했다. 지난해 출범한 ‘생성 AI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정식 팀으로 격상해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게 했다. 이 팀이 내놓은 첫 작품이 현대차 도그빌리티다. 광고 제작에 참여한 문나리 이노션 팀장은 “‘펫 친화적 모빌리티’라는 초기 아이디어는 사람이 떠올렸지만 챗GPT를 통해 디테일을 구체화하고 미드저니로 가상 이미지를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1위 광고사 제일기획은 지난해 삼성생명 광고 이미지와 배경음악에 미드저니 등을 활용했다. 통상 거치는 광고 모델 섭외, 촬영지 방문, 음악 제작 등의 과정을 모두 생성 AI로 대체할 수 있었다. 대홍기획이 올초 선보인 롯데그룹 새해 캠페인은 이미지·배경음악 제작부터 내레이션까지 전 과정을 생성 AI가 도맡았다.
국내 광고업체들이 생성 AI 광고에 뛰어든 이유는 효용감이 크기 때문이다. 컴퓨터그래픽(CG) 등 전문 인력을 오랜 기간 제작에 투입해야 하는 가상 영상과 이미지를 겨우 몇 시간 만에 뽑아낸다. 다른 산업에 견줘 인건비 비중이 큰 광고사로서는 생성 AI를 비용 효율화의 핵심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
다른 방식으로 구현하기 힘든 부분을 생성 AI가 가능하게 해주기도 한다. 최근 이노션과 대홍기획은 생성 AI로 각각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육성을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생전에 한 실제 발언은 아니지만 AI가 목소리, 말투, 속도 데이터를 분석해 실감 나게 재현했다. “6년 뒤 262조원 시장 열릴 것”자칫 광고기획자의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하던 업계도 이제는 AI 광고를 하나의 장르로 인정하는 추세다. 지난해 세계 최대 광고제 칸 라이언즈 수상작의 8.3%는 AI를 활용한 작품이었다.
해외 광고기업은 단순히 AI를 접목하는 수준을 벗어나 다음 단계인 ‘초개인화 광고’로 나아가고 있다. 세계 3대 광고회사인 퍼블리시스는 생성 AI에 개인 데이터를 학습시켜 개인 정보와 취향을 반영한 광고 사업을 준비 중이다. 관심 있는 상품을 추천하는 것을 넘어 광고 콘텐츠 제작 단계부터 개인 정보를 사용하는 식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생성 AI 광고 시장은 2022년 6000만달러에서 2032년 1925억달러(약 262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