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금리가 한국은행 기준금리 수준(연 3.5%)까지 떨어지면서 ‘예테크(예금과 재테크의 합성어)족’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늦어질 전망이지만 쏠쏠한 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통장은 자취를 감추면서다. 갈 곳을 잃은 자금이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주는 ‘파킹통장’(수시입출금식 통장)에 몰리는 이유다. 공모주 청약 환불금과 청약 예비자금 등을 잠시 맡겨두기 위해 파킹통장을 찾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고물가 등으로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진 탓에 자금을 장기간 묶어두기 어려운 이도 똘똘한 파킹통장을 찾고 있다.
예금 액수 따라 이자도 달라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파킹통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은행권도 유동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파킹통장을 적극 내놓고 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보다는 지방은행 저축은행이 파킹통장 금리나 예금 한도 등에서 유리한 편이다.
시중은행 가운데선 SC제일은행이 연 3%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파킹통장을 내놓고 있다. ‘제일 EZ통장’은 그동안 제일은행과 거래가 없던 고객이라면 별다른 조건 없이 연 3.1%의 이자를 준다. 이달 30일까지 판매하는 일복리저축예금(MMDA)도 첫 거래 고객에게 최대 연 3.4%의 이자를 준다. 일복리저축예금은 수시입출금식 예금으로 매일 잔액에 따라 금리를 복리로 지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금 규모가 클수록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다. 잔액 기준으로 1억원 이상이면 연 1.0%, 5000만원 이상~1억원 미만이면 0.6%, 3000만원 이상~5000만원 미만이면 0.3%, 3000만원 미만이면 0.1%를 받는 식이다. ‘부자들의 파킹통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잔액에 대해서는 매일 복리로 이자가 계산된다.
수협은행의 ‘SH 매일 받는 통장’도 비슷한 구조다. 예금이 1000만~1억원인 고객에게는 연 2.0%의 이자가 적용되는 대신 1억원 이상 뭉칫돈을 넣은 고객은 연 0.1%로 금리가 확 낮아진다. 첫 거래 고객은 마케팅 동의 시 최대 연 3.0%를 받을 수 있다.
지방은행들도 다양한 파킹통장을 선보이고 있다. 광주은행의 ‘365 파킹통장’은 단기 소액을 맡기는 고객에게 유리하다. 1000만원 이하 금액에 대해 가장 높은 연 3.0% 금리를 준다. 여기에 올해 말까지 가입한 고객에 한해 6개월간 우대금리 0.5%포인트를 적용, 최대 연 3.5%의 이자를 책정한다. 소액 예금엔 연 7% 이자도예금 확보에 나선 저축은행들은 더 공격적이다. OK저축은행은 ‘OK 짠테크통장’ 가입자에게 업계 최고 금리인 연 7.0%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최고 금리를 받기 위해선 예금액이 50만원 이하여야 한다. 짠테크라는 상품명처럼 소액 예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찾아 나선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이외에 50만~1억원까지는 연 3.3% 이자를 준다. 1억원이 넘는 고객은 연간 금리가 연 1.0%로 뚝 떨어진다. 다올저축은행과 애큐온저축은행도 연 3.5% 금리를 제공하는 ‘Fi커텍트Ⅱ통장’과 ‘플러스 자유예금’을 판매 중이다. 최고 금리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마케팅 동의나 오픈뱅킹 등록 등이 필요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액과 용도에 맞춰 내게 맞는 파킹통장을 고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