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현대인은 별로 없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가계와 기업, 정부까지 모두 민감해지는 데는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결정은 전 세계의 큰 관심사다. 블록화가 심화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된다지만 지구촌 경제는 이미 하나로 묶였다.
경제가 고도화하고 저성장이 고착되면서 고금리 기준도 달라졌다. 연 5.5%인 미국은 물론 연 3.5%인 한국의 기준금리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고금리라는 평가가 따른다. 금리는 성장률과 물가의 함수지만, 대출자의 부담 능력이 보다 현실적 잣대가 된다. 장기 저성장의 ‘부채 경제’에서 체감도로 보면 이자율이 더 낮은 한국도 고금리인 셈이다. 국내에선 나이나 소득과 상관없이 ‘영끌족’ ‘빚투족’이 적지 않지만 금리는 쉽게 내려갈 조짐이 안 보인다.
그간 상대적으로 낮았던 인터넷전문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까지 연 4%를 넘어서면서 저금리는 더 멀어지고 있다. 케이뱅크가 연 4.04%로 올랐고 카카오뱅크도 소폭 올랐다. 시중 은행 주담대 금리도 슬금슬금 상승세다. 가뜩이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해외 출장 도중에 기자들과 만나 “이달 금융통화위원회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미리 분위기를 잡고 있어 오는 23일 기준금리 향배가 주목된다. 이 총재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 후퇴, 1분기 한국의 깜짝 성장, 유가·환율 변동성’을 지금 금리 결정의 3대 준거 틀이라고 했다. 그간의 언급까지 보태서 보면 금리 변화에 대비하라는 말로 들린다. 다만 미국 Fed는 한은과 달리 법적으로 고용 상황을 금리 결정의 주요 지표로 보기 때문에 미국 금리 전망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주말 덜 좋은 고용지표라는 ‘나쁜 뉴스’가 뉴욕증시를 끌어올린 것도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이었다.
저금리는 다수에게 달콤한 마취제지만 부작용이 심대하다. 산업·경제 전반에 힘겨운 구조조정을 감행해야 할 시기에 걸림돌이 된다. 환율이 오르고 자본이 이탈하면 고물가라는 공룡을 키우게 된다. 그렇다고 고금리를 유지하자니 사방에서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이래저래 적정금리, 균형금리를 찾아가기는 힘이 든다.
허원순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