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절반 이상 정신질환 경험"…당사자 102명에 물었더니

입력 2024-05-06 14:31
수정 2024-05-06 14:32
일본 여성 아이돌 절반 이상은 정신질환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팬들의 시선에 계속해서 노출되는 데다 어려운 경쟁 상황이 부담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6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 은퇴 아이돌 취직 지원 기업 '츠기스테'는 여성 아이돌 가수 102명을 대상으로 정신질환 경험 여부를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는 지난 1~2월 온라인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에는 현역 44명, 경험자 58명이 응했다.

응답자 대다수는 미디어 출연보다 라이브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지하 아이돌'이었다. 지하 아이돌은 일본에서 발달한 아이돌 산업 형태 중 하나다. 이들은 소규모 공연장에서 활동하면서 팬들과 직접 소통하고 앨범을 판매한다. 지하 아이돌은 규모가 작고 자본이 충분하지 않은 기획사 소속인 경우가 많아 노동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응답자 가운데 아이돌 활동 중 '정신질환을 앓았다'는 답은 52%로 나타났다. 일본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정신질환 환자는 2020년 기준 4.9%. 이와 비교하면 아이돌 활동으로 정신질환을 앓게 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갑질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48%, 성희롱을 당했다는 응답은 12%로 조사됐다.

응답자 중 78.4%는 다이어트를 시도했다고 답했다. 인터넷상에서 외모를 평가받는 데 부담을 느꼈다는 것. 이 때문에 우울감을 느끼거나 생리불순 등의 증상을 겪었다는 응답도 있었다.

츠기스테 대표 하시모토 유키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빙산의 일각"이라며 "괴롭힘을 당해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아이돌 문화에 정통한 가미오카 마나 게이오대 비상근 강사는 "연예계이기 때문에 자주 있는 일이라는 이유로 방치돼왔다"며 "인간으로 존중받고 좋은 퍼포먼스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