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달 선보인 ‘올인원 프로’를 ‘인공지능(AI) PC’라고 부른다. 똑똑한 기능을 여럿 담고 있어서다. 스크린에 뜬 소나무를 벚나무로 바꾸라고 지시하면 전체 배경과 잘 어울리는 벚꽃 세상으로 화면을 바꾸는 식이다. 인터넷 연결 없이도 영어를 한국어로 실시간 번역해주고 방대한 문서를 간략하게 요약해주는 건 기본이다. 모두 온디바이스AI(기기 자체적으로 구동하는 AI)를 구현할 수 있는 AI 프로세서를 탑재한 덕분이다.
AI가 침체에 빠진 PC 시장의 ‘구원투수’로 등판하면서 PC용 AI 프로세서 개발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5일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3~2027년 전체 PC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3%에 그치지만, AI PC는 59%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27년엔 새로 팔리는 PC 4대 중 3대가 AI PC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AI PC에 들어가는 칩은 기존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AI 연산에 특화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내장하는 게 특징이다. 인터넷 연결 없이 PC가 자체적으로 연산을 처리하려면 NPU는 필수다.
AI 프로세서 시장에서 가장 앞선 업체는 ‘전통의 CPU 강자’인 인텔과 AMD다. 인텔은 지난해 말 업계 최초로 ‘인텔 코어 울트라’를 내놓으면서 AI PC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삼성전자의 올인원 프로를 포함한 ‘갤럭시북4’시리즈, LG전자의 ‘그램’, HP의 ‘스펙터x360’ 등 지금까지 출시된 거의 모든 AI PC에 이 칩이 들어갔다.
인텔이 사실상 독식하던 이 시장은 지난달 CPU 라이벌 AMD가 ‘라이젠 프로 8040·8000 시리즈’를 내놓으며 경쟁구도로 바뀌었다. 이 프로세서는 조만간 HP와 레노버 등의 제품에 적용될 예정이다.
그동안 PC보다는 스마트폰 프로세서에 역량을 집중해온 퀄컴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PC용 AI 프로세서 ‘스냅드래곤x플러스’를 내놓은 것.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을 석권한 퀄컴의 도전으로 시장은 3파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에선 하반기에 퀄컴의 칩이 들어간 AI PC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애플도 AI칩 ‘M4’를 자체 개발 중이다. 이르면 올해 말 M4를 내장한 맥북 시리즈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도 2025년 출시를 목표로 개인용 PC용 칩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AI 칩 제조에 경쟁력을 보유한 만큼 향후 인텔, AMD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PC에서도 AI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AI에 강점을 지닌 반도체 업체들이 인텔과 AMD에 도전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