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벅셔해서웨이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부터 행사장이 술렁거렸다. 주총 시작 15분 전인 오전 8시45분에 벅셔해서웨이가 최대주주인 애플의 최고경영진이 총출동해서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루카 마에스트리 최고재무책임자(CFO),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인 크리스틴 휴겟 퀘일 등과 함께 주주총회에 참석했다. “세금 문제로 애플 지분 매각”애플 경영진의 이 같은 행보에도 벅셔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 변경을 막지는 못했다. 이날 벅셔해서웨이는 올 1월 애플 지분을 대거 처분한 사실을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에 애플 주식 9억556만 주를 보유했으나 올 3월 말엔 보유 애플 주식을 7억9000만 주로 13%(1억1556만 주) 줄였다. 애플의 주가 하락으로 올 1분기 말 벅셔해서웨이의 애플 지분가치는 전 분기 대비 23% 감소했다. 시장에선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애플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버핏 회장은 애플에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그는 “애플이 벅셔해서웨이가 보유한 아메리칸익스프레스나 코카콜라보다 훨씬 나은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말 엄청난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우리는 그레그 에이블 부회장이 이 회사를 넘겨받을 때도 애플,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코카콜라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금 때문에 애플 지분 정리는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버핏 회장은 “미국 정부가 연방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법인세율을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며 “나중에 훨씬 더 높은 세율로 세금을 낸다면 올해 애플 지분을 팔았다는 사실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법인세율을 최고 35%에서 21%로 인하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법인세율을 28%로 다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파월은 매우 현명”버핏 회장은 지난해 11월 별세한 찰리 멍거 부회장에 대한 그리움을 감추지 못했다. 버핏은 “지난 수십 년간 돈 관리에서 멍거보다 대화하기 좋은 사람은 없었다”고 치켜세웠다.
버핏 회장은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도 높이 평가했다. 버핏은 “파월 의장이 재정정책을 통제하지 못하지만 (재정이)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탄원서 같은 것을 보내기도 했다”며 “파월 의장이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버핏은 1980년대에 인플레이션을 성공적으로 통제한 폴 볼커 당시 Fed 의장의 사례를 들며 “미국의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와 달러 가치 하락을 막으려면 의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버핏 회장은 일본 무역상사에 대한 애정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그는 중국권을 비롯한 해외 투자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일본 무역상사 투자가 매력적이었다”며 “다른 나라에선 이처럼 큰 투자는 가능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버핏은 90세 생일이던 2020년 8월 “기회에 놀랐고, 배당 성장에 매료됐다”며 이토추상사 등 5개 일본 무역상사 지분을 5%씩 확보한 뒤 지난해엔 지분율을 9%로 높였다. 지난 2월 발표한 주주서한에서도 그는 “미국 이외에는 자본을 배분할 의미 있는 후보 지역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마하=김종학 한국경제TV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