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인프라코어가 K2 전차용 1500마력 엔진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정산금 문제로 국방과학연구소와 벌인 소송에서 승소했다. 회사를 대리한 법무법인 화우가 시제품 특성을 고려한 정산금 산정 방식을 주장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등법원 제1민사부는 지난 1일 HD현대인프라코어가 국방과학연구소를 상대로 낸 정산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1심 판결에서 지급을 명령한 149억원에 추가로 196억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2005년 8월 연구소와 333억원 규모의 엔진 개발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시제품 개발 사업인 만큼 최종 계약금액은 개발 완료 후 확정하는 ‘일반개산계약’ 방식을 적용했다. 그러나 사업 기간이 4년 연장되면서 2014년 11월에야 시제품이 납품됐고, 회사가 산정한 최종 정산금은 728억원까지 증가했다. 연구소는 ‘계약금액은 확보예산 범위 내에서 정산한다’는 계약서상 특수 조항을 근거로 354억원만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회사는 미지급 정산금 409억원과 지체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화우의 박재우·김성호·윤호빈 변호사는 우선 국가 이익 측면을 부각하는 전략을 취했다. 변호사들은 세계 최초 독자 기술로 개발한 엔진의 지식재산권이 국가 소유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추가 사업 기간까지 정산해주지 않는다면 어느 업체가 시제품 연구개발에 참여하겠느냐”고 재판부를 설득했다.
또한 변호사들은 시제품 개발의 특성을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시제품 개발은 다수의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는 것이 통상적”이라며 “당초 원가뿐만 아니라 수정계약 중 발생한 원가도 정산 대상이 돼야 한다는 점을 법정에서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화우는 ‘프레젠테이션 변론’을 통해 방산 시제품 개발 계획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설명했다.
이런 전략적 대응 덕에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이 사건 계약금액은 방산물자의 정산원가가 산정되면 이를 기초로 정해진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회사 손을 들어줬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