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선도지구로 선정되지 않으면 언제 재건축될지 모릅니다. 늦어질수록 사업성도 그만큼 불투명해진다는 의미 아닐까요.”(일산신도시 통합재건축 추진준비위 관계자)
정부가 지난달 27일 시행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따른 선도지구 선정 기준과 규모를 이달 공개하겠다고 밝히면서 경기 분당, 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단지별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가 선도지구 지정을 위해 분주해지고 있다. 치솟는 공사비와 대규모 이주 일정, 정책 변수 등 난제가 산적해 재건축 사업을 빨리 추진할수록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건설사와 신탁사 등 업계에서도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수주를 겨냥한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설명회 열고 동의율 확보 경쟁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남시 분당 이매동 아름마을 5~7단지(풍림·선경·효성)는 지난달 28일 아파트와 상가 소유자를 대상으로 ‘통합재건축 추진 설명회’를 열었다. 지역구 국회의원을 비롯해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탁사, 건설사 관계자 등이 출동해 통합재건축 절차와 건축 트렌드 등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름마을 3개 단지는 1634가구 규모다. 추진준비위는 설명회를 계기로 70%가량 확보된 동의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분당 정자동 정자일로 일대 상록임광보성·청솔한라·청솔유천화인·청솔계룡·청솔서광(총 2878가구)과 한솔마을 1~3단지(1872가구) 등도 80%를 웃도는 동의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산에서는 백마 3~6단지, 백마·강촌 1~2단지, 오마학군단지(문촌 1~2, 후곡 7~8단지) 등이 설명회 열고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선도지구 지정을 앞두고 1기 신도시 거래도 활발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분당 서현동 시범한양 전용 84㎡는 지난 3월 14억7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 2월 같은 면적 직전 거래(13억6000만원)보다 1억1000만원 상승했다. 일산 마두동 백마2단지극동삼환 전용 101㎡는 지난 3월 7억5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 101㎡가 7억원대를 회복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11개월 만이다.건설사도 선도단지 수주 경쟁정부는 이달 선도지구 공모 일정에 돌입해 오는 11월께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선도지구는 신도시별로 전체 가구 수의 5~10%까지 선정한다. 선도지구 단지의 착공은 2027년, 입주는 2030년이다. 정부가 5월 선도지구 선정 기준을 공개할 계획이지만, 업계에서는 사업성과 주민 동의율 등이 선도지구 지정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공행진 중인 공사비도 선도지구 지정을 서두르는 이유로 꼽힌다. 최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22차’ 재건축 공사비가 3.3㎡당 1300만원으로 확정돼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선도지구 착공이 예정된 2027년에는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정치 일정에 따라 재건축 정책이 영향받을 수 있어 가급적 빨리 재건축을 추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도 단지별 통합재건축 추진 설명회에 적극 참여하는 등 재건축 선도단지 수주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미 삼성물산이 분당 시범단지 통합재건축 설명회 등 다수의 설명회에서 주거 트렌드를 주제로 발표를 마쳤다. 현대건설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솔 1~3단지 통합재건축 설명회에 참여했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시공능력평가 10위 내 대형 건설사도 통합재건축 설명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선도지구 지정 가능성이 높은 단지를 중심으로 물밑 활동이 치열하다”며 “선도지구 단지는 사업성이 비교적 높을 것으로 예상돼 관심을 갖고 필요한 것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소현/한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