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아버지의 옷가게…패션은 구닥다리, 종업원은 고집불통

입력 2024-05-03 19:16
수정 2024-05-04 00:51
유니클로는 이제 자타가 인정하는 일본 대표 기업이다. 스페인의 ZARA, 스웨덴의 H&M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패스트리테일링 그룹이자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던 일본 경제 쇠퇴기에 국경을 뛰어넘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한 회사다.

어패럴 기업 유니클로가 일본을 대표하는 회사가 됐다는 것은 여러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일본에서도 유니클로의 성공을 분석하는 작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닛케이BP에서 출간한 <유니클로(ユニクロ)> 책이 주목받고 있다.

작가는 스기모토 다카시. “미국에 월터 아이작슨이 있다면 일본에는 스기모토 다카시가 있다”는 말이 있을 만큼 스기모토는 유명 기업(가)의 성공 스토리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소개하는 데 능하다. 그동안 유니클로에 관한 이야기가 책으로 소개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해오던 유니클로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 또한 스기모토가 집필한 혼다와 손정의 관련 책을 읽고 “그에게 유니클로 이야기를 맡겨도 좋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책은 야마구치현의 쇠퇴한 상점가에 틀어박혀 있던 한 청년이 ‘유니클로’라는 금광맥을 손에 넣을 때까지 알려지지 않은 암흑 시대부터 도쿄에 진출해 마침내 세계적인 어패럴 그룹으로 성장하기까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또 유니클로에 ‘블랙 기업’ 또는 ‘약자에게 가혹한 기업’이라는 비판이 따라붙는 이유가 무엇인지 솔직하게 전한다.

유니클로의 성공 이야기는 알려지지 않은 작은 기업에서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사람에게 커다란 희망과 용기를 선사한다.

“일본 회사의 99% 이상이 이름 없는 중소기업이다. 유니클로 역시 이 나라에 수없이 존재하는 중소기업 중 하나였다. 그것도 도쿄, 오사카 같은 대도시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현재의 스타트업처럼 ‘세상을 바꾸자’라는 야망을 품고 세련된 사무실에 재능이 있는 청년이 모인 것도 아니었다. 가족이 경영하는 쇠락한 지방의 한 작은 상점이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했다. 게다가 그 성공은 고도 성장기가 아니라 일본에서 성장이 사라진 시대에 일어난 일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어떤 관점으로 유니클로의 성공에 접근할 것인지 밝히고 있다. 잠꾸러기, 암흑 시대, 광맥, 충돌, 비약, 좌절, 역풍, 돌파구, 모순, 재기 그리고 진화 등 책을 넘기면서 눈에 들어오는 목차 소제목 역시 도전적이다.

책은 그동안 유니클로가 디뎌온 한 걸음 한 걸음을 추적하면서 성공과 실패 과정을 ‘덧셈과 뺄셈의 반복’으로 해석한다. 여기저기 셔터가 내려진 인기척 없는 아케이드,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오래된 남성복 가게, 변화를 거부하는 종업원들과의 갈등 등 청년 시절 야나이가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어둠의 터널을 벗어나 성공과 실패를 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유니클로의 브랜드 철학은 ‘라이프웨어(Life Wear)’다. 남녀노소, 국적, 인종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입을 수 있고 환경과 사회 공동체를 배려한 옷. 그것이 유니클로가 지향하는 철학이자 목표다. “옷이 사람의 생각을 바꾸고,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며, 사회를 바꿀 수 있다”라는 유니클로의 철학이 전 세계로 스며들고 있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