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홈쇼핑 CJ온스타일 TV방송과 라이브방송(라이브커머스)에서 동시 판매된 로봇 청소기 '로보락 S8 맥스V 울트라'는 한 시간 만에 4600대가량 팔려 누적 주문액이 70억원을 넘어섰다. 1분당 1억2000만원어치가 팔린 셈이다. 라이브방송을 보려는 접속자도 누적 142만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가사 노동 시간을 줄여주는 로봇 청소기 인기가 뜨겁다. 로봇 청소기는 식기세척기, 의류 건조기와 함께 가사 일을 돕는 이모님과 같은 보조 가전이란 뜻으로 '3대 이모님'이라 불린다. 특히 로봇 청소기는 중국 업체가 국내 시장을 평정한 점이 특징이다. 지난달 출시된 로봇 청소기 시장 1위 중국 로보락의 최신 제품은 가격이 180만원에 달했지만 인기를 끌었다.
국내 로봇 청소기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우상향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해 국내 로봇 청소기 시장 규모가 3700억~5600억원 수준에 달한 것으로 추산한다.
4일 시장조사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로봇 청소기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0.9% 증가한 3722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글로벌 로봇 청소기 시장(702억2700만달러)의 성장률(9.1%)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일체형(진공·물걸레) 수요가 꾸준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서도 수요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신세계그룹 계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G마켓에서 올해 1분기 로봇청소기 판매량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42%에 달했다.
2019년 국내에 진출한 로보락 등 중국기업이 100만원이 훌쩍 넘는 진공·물걸레 청소기 일체형 제품을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결과다.
로보락은 2021년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 지난해까지 왕좌를 유지했다. 2020년 291억원이던 국내 매출은 지난해 2000억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시장조사기관 GfK 집계 기준 국내 시장 점유율은 35.5%다. 자동 먼지 비움 등 자동화 기능을 갖춘 도크 혹은 스테이션이 달린 로봇 청소기가 주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만만찮은 가격에도 불티나게 팔렸다.
로보락은 지난달 청소 기능과 편의성을 개선한 180만원대 'S8 맥스V 울트라'를 출시하며 한국 시장 진출 후 처음으로 신제품 소개 행사를 열었다. 신제품은 1만파스칼(Pa)의 흡입력과 함께 최고 섭씨 60도의 물걸레 온수 세척, 물걸레 열풍 건조 등 기능을 갖춘 올인원 도크를 내세웠다.
시장 점유율 2위 에코백스 역시 올인원 로봇 청소기와 핸디 청소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로봇 청소기 '디봇 X2 콤보' 등 신제품을 출시했다. 특히 에코백스는 배우 현빈에 이어 전지현을 '얼굴'로 기용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발 벗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일체형 로봇청소기인 ‘비스포크 인공지능(AI) 스팀’ 누적 판매 1만대를 돌파했다. LG전자도 일체형 로봇청소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신일전자, 쿠쿠홈시스 등 국내 중견·중소 기업들 역시 일체형 로봇 청소기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로봇 청소기는 구매력이 높은 밀레니얼 세대인 30~40대 고객의 선택을 꾸준히 받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는 인구가 가사 노동 피로를 덜어주는 가전 제품에 지갑을 열고 있다는 분석이다.
CJ온스타일은 "로보락 신제품 구매 고객을 분석한 결과 ‘시성비(시간의 가성비)’와 ‘편리미엄(편리함이 곧 프리미엄)’을 중시하는 30~40대의 호응이 특히 높았다"며 "30대 44%, 40대 35%로 30~40대 고객이 80%에 육박했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