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엔 판치는 사칭 해킹메일…국세청 '초긴장' [관가 포커스]

입력 2024-05-03 16:02
수정 2024-05-03 17:54

국세청에서 매년 5월은 가장 바쁜 달로 꼽힌다. 종합소득세 및 양도소득세 신고·납부, 근로·자녀장려금 접수, 원천세 신고, 상속·증여세 신고·납부 등 중요한 세무 일정이 한꺼번에 몰려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세청 본청과 일선 세무서 공무원들은 5월엔 조금도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납세자들의 신고·납부 처리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실수가 발생하거나 홈택스·손택스 접속 오류라도 발생한다면 그동안 쌓아왔던 이미지를 순식간에 날려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한 세무서 간부는 “5월에는 되도록 외부에서 저녁 약속을 잡지 않는다”며 “직원들에게도 음주나 회식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중요한 세무 일정이 많은 5월에 국세청을 사칭한 해킹 메일이 기승을 부린다는 점이다. 국세청은 지난 1일 홈페이지에 ‘국세청 사칭 해킹메일 주의’라는 긴급 공지문을 올렸다. 세무조사 안내문 등 국세청을 사칭한 해킹 메일이 유포되고 있다는 것이 국세청 설명이다.

유포된 메일엔 ‘정기 세무감사 일정이 예정돼 있습니다. 첨부된 요구사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요건 및 주의사항을 첨부합니다. 세무조사과 국세청’이라고 적혀 있다. 첨부된 파일을 열어보거나 링크한 주소에 정보를 입력하거나 계좌를 입금하면 돈이 빠져나가는 방식의 해킹이다. 포털 이메일뿐 아니라 카카오톡과 우편물을 이용한 사칭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세무조사 요구 안내통지문을 이메일로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 국세청 설명이다. 만약 세무조사를 하게 된다면 해당 사업장으로 직접 통보한다. 국세청을 사칭한 해킹 메일은 세무 일정이 많은 매년 5월만 되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문제는 국세청이 종소세 등 신고·납부를 위해 보내는 카카오톡 등의 정식 공지문마저 이런 사칭 메일 때문에 납세자들의 혼란이 커진다는 점이다. 국세청은 종소세 세액을 미리 계산해 안내하는 ‘모두채움’ 안내문을 카카오톡 등을 통해 700만명에게 제공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달 초 카카오톡을 통해 보낸 모두채움 안내문이 사칭 메일인지를 묻는 납세자들이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국세청은 대표적인 사칭 해킹 메일을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소개했다. 우선 △국세청 세무조사 안내 발송 메일 수신 알림 △2023년 종합소득세 가산세 통지 안내 △새로운 통지문이 왔어요 △암호화폐 자산 신고를 해주세요 등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런 제목의 의심스러운 문구가 있는 경우 메일을 절대로 열람하지 말고, 포털 후 신고 후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실수로 이메일 등에 계정정보를 입력한 경우엔 즉시 비밀번호 변경을 하고,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경찰청 등 관련기관에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 국세청 설명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