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AI 산업, 지속 상승할 수 있을까…관건은 '킬러앱'

입력 2024-05-03 16:14
수정 2024-05-0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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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의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에 따른 그래픽카드(GPU) 사용량 증가로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크게 늘어났다. GPU칩이 들어간 서버의 출하량은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LLM 모델을 만들거나, 사용할수 있는 수준의 GPU를 탑재한 서버가 나오면서 전세계 반도체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엔비디아나 AMD를 비롯해 대만의 Alchip, Compal, Accton 등 칩 디자인 기업, 일본의 디스코, 도쿄일렉트론 등 반도체 장비업체, 한국의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들의 주가가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지속할 수 있을까?

반도체 관련 업종은 급격한 매출과 이익의 성장을 겪었다. AI 서버의 GPU 사용량 및 메모리 사용량이 급증해서다. 하지만 이런 반도체 매출의 성장은 얼마나 지속성이 있을까? 이들 반도체를 사가는 업체들은 결국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아마존 등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이다. 클라우드 업체들은 매출대비 설비투자(CAPEX) 비중이 아직 과거의 고점 수준을 달성하지 못한 상태라 추가 투자 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지속적 투자를 하려면 결국은 매출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 사이클에서 이런 인터넷 업체들은 구글과 메타와 같이 광고 매출을 일으키거나,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처럼 구독료를 받는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었다. 광고매출이나, 사용료 수입이 클라우드용 서버에 사용되는 반도체 시장을 이끌었던 것이다.
그 바로 전에는 스마트폰 혁명이 있었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백만원대에 판매하는 시장을 만들었기에, 이들 기기에서 사용되는 반도체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시기엔 기기 매출이 반도체 산업성장의 원동력이었다.

그전도 패턴이 비슷하다. PC나 텔레비전의 보급이 이뤄지면서 기기 판매에 따라 반도체 수요가 늘었다. 인터넷이 확산하면서는 광고와 가입자 서비스 사업모델이 뒷받침을 해줘 반도체 수요가 증가했다. 결국 반도체 소비는 최종소비자가 기기를 사거나, 광고를 보거나, 구독서비스를 이용해줘야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AI는 놀라운 기술적 진보를 보여줬지만 챗GPT가 나온지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뚜렷한 '킬러 앱'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오픈AI 소라, 구글의 바드 검색 등은 분명히 생산성을 올려주는 도구들이다. 하지만 킬러 앱은 소비자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돈이 드는지도 모르고 빠져들어서 사용하고 싶어 하는 서비스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현재까지 나온 LLM 서비스는 부족하다. 다시 말해 앵그리버드 같은 게임이나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서비스, 유튜브와 같은 영상 플랫폼 같은 게 등장해야 한다. 이런 서비스들의 공통점은 즐거움을 주는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기존 코파일럿과 소라는 좋은 앱이지만 몰입해서 사용하게 하지는 않는다. 즐거움이 아니라 효용만 주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AI 서버에 대한 투자는 사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소비자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받는 돈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주주들에게 투자받은 돈으로 연명하는 구조다. 반도체를 비롯한 AI 관련 산업이 다시 큰 폭의 성장을 보여주려면 즐거움을 주는 플랫폼 서비스가 필요하다. LLM에 맞는 ‘즐거운 서비스’는 영화 ‘허(Her)’에 나온 높은 수준의 친구 서비스가 아닐까. 현대인들은 많이 외롭다. 이런 서비스엔 시간과 돈을 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