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가운데, 대표 수혜 업종인 지주사를 둘러싼 관심도 다시금 커지고 있다. 다만 지난 1분기 과열 양상을 빚다가 주가가 조정된 곳들이 많았던 만큼, 증권가에선 순현금과 자사주 보유 비중을 따져 투자할 것을 조언한다. LG SK스퀘어 두산 LS 등이 관련주로 언급된다.
3일 BNK투자증권이 국내 주요 16개 지주회사의 지난해 말 순현금 보유 현황을 분석한 결과 LG의 순현금이 별도 기준(1조6830억원)과 연결 기준(2조1550억원) 모두 가장 많았다. 뒤는 SK그룹 중간지주사인 SK스퀘어가 이었다. 별도·연결 기준 순현금은 각각 5070억원, 1조3240억원으로 두 번째였다. 별도 기준으로 LX홀딩스(2470억원)·한솔홀딩스(700억원), 연결 기준으로 SNT홀딩스(8840억원) 등도 순현금 보유량이 많았다. 별도 기준 SK(-10조5970억원) 한화(-3조9460억원) 한진칼(-2360억원) 등은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지주사의 현금은 주주환원의 주요 재원이다. 실제로 LG는 튼튼한 순현금 구조를 바탕으로 2022년 하반기부터 자사주 5000억원을 매입하고 있다. 하반기 내 절차가 완료될 전망인데, 밸류업 프로그램 구체화로 소각 가능성이 커졌다. SK스퀘어는 이미 9월까지 1000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기로 지난 3월 결정했다. 김장원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SK스퀘어 자사주 매입 규모는 지난해 SK하이닉스 배당금액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 실적 개선세에 따라 자사주 추가 매입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들 주가는 아직까지 큰 변화는 없다. 이날 LG는 0.9%, SK스퀘어는 0.27% 하락 마감했다.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지주회사들도 살펴야 한다는 조언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소각 압력이 커질 수 있어서다. SK증권에 따르면 국내 지주사들 자사주 비율은 8.2%로 추산되지만, 지난해 말 기준 롯데지주(32.5%) 대웅(29.5%) 두산(18.2%) LS(14.8%) 등은 자사주를 대량 보유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특히 두산과 LS를 목표주가를 올리며 주목한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체력이 실적 상승으로 마련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두산은 1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10% 상회했고, 특히 자체 사업인 전자BG부문 수익성 개선이 진행 중”이라고 평가했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S는 미국 전력망 투자에 따른 장기 수혜가 예상된다”고 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