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학가 전역 번진 시위…대선 6개월 앞두고 최대이슈 부상

입력 2024-05-03 16:32
수정 2024-05-03 16:37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가자 전쟁 반대 시위대를 향해 “혼란을 야기할 권리는 없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침묵을 깬 건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된지 2주 만이다. 사태 악화에 자신의 책임론을 부각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반전 시위가 21세기 미국 최대 규모의 학생운동으로 번지며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 최대 변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평화적 시위는 보호받지만 폭력 시위는 보호받지 못한다”며 “실수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으로서 언제나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겠다”면서도 “법의 지배를 지키는 데 있어선 언제나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시위를 계기로 대(對)중동 정책을 재검토하거나 주방위군을 투입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시위 확산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목소리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6개월 뒤 대선을 앞두고 반전 시위가 미국 전역 대학가로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 책임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청년층 및 중도층의 이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방 정부는 물론 시위대와 경찰이 가장 크게 충돌한 컬럼비아대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모두 민주당 주지사가 이끄는 주 정부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시위대 체포 인원만 최소 2000명이다. CNN 등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대치 상황에서 총기도 사용됐다.


사태 악화의 책임을 두고 바이든과 트럼프 두 전현직 대통령 간의 견제도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때엔 항상 정치적으로 점수를 따려고 몰려드는 사람들이 있지만 지금은 정치적으로 이용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전날 위스콘신주 유세장에서 자신을 향해 “어디에도 없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위대를 “하마스 동조자들” “성난 미치광이” 등으로 표현하며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뉴욕 경찰의 컬럼비아대 시위 진압에 대해선 “보기에 아름다운 광경이었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무능을 부각하는 동시에 강성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 전역을 휩쓴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단체들은 8월 시카고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 때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서 반유대주의가 설 땅은 없다”며 사실상 이번 시위를 반유대주의 집회로 규정했다.

미 연방 하원은 반(反)유대주의 개념을 가자 전쟁 반대 시위까지 포함하는 차별반대법 개정안을 찬성 320표, 반대 91표로 통과시켰다. 이 조치가 실행되면 교육부는 이스라엘 학생들에 대한 차별적 발언이나 괴롭힘을 근거로 시위대를 처벌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정치적 발언까지 포함하는 것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이유로 법안에 비판적이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