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의 아픈 손가락?…슬슬 진가 드러내는 KOZ엔터 [연계소문]

입력 2024-05-04 06:50

하이브 산하 레이블 KOZ엔터테인먼트의 기세가 무섭다. 대표 프로듀서 겸 가수 지코를 필두로 신인 보이그룹 보이넥스트도어까지 성장세에 속도가 붙어 최고의 시너지를 내고 있다.

KOZ엔터테인먼트(이하 KOZ)는 2018년 그룹 블락비 멤버 지코가 설립한 회사로, 2020년 빅히트뮤직(하이브 전신)에 인수되면서 하이브 레이블로 편입됐다. 아이돌 위주의 레이블이 모인 하이브에서 지코가 이끄는 KOZ는 '별종'으로 느껴졌다. 거칠고 센 음악을 해왔던 블락비에 이어 솔로로는 트렌디하고 대중적인 요소를 살렸던 지코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신인을 육성하고 회사를 이끌어갈지 기대가 모아졌다.

결과물이 빠르게 나오진 않았다. 2020년 지코의 입대로 레이블에는 신예 가수 다운만이 속해있었고, 2019년부터 준비해온 보이그룹 데뷔에도 시간이 걸렸다. 2022년 지코는 전역 후 곧바로 네 번째 EP '그로운 애스 키드(Grown Ass Kid)'를 발매했지만 타이틀곡 '괴짜'를 크게 히트시키진 못했다. 독보적인 지코의 음악색과 힙합 감성으로 채운 곡이었지만, 챌린지 붐을 일으켰던 '아무노래'에 익숙해진 대중은 보다 친숙한 느낌을 원했다.

KOZ엔터테인먼트는 202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적자(당기순손실 74억원)를 기록했다. 친척 격인 타 레이블 쏘스뮤직, 어도어 등이 흑자기업으로 전환한 것과 비교하면 위축되는 결과다. 신인 보이넥스트도어 데뷔에 투입된 초기 비용 탓에 적자 폭은 더 늘었다. 지분 75.02%를 보유 중인 하이브에겐 아픈 손가락이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지코와 보이넥스트도어가 동시에 출격해 모두 호성적을 내며 시너지를 발휘 중이다. 특히 획일화되어가는 아이돌 장르와 콘셉트에 지친 대중들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이들의 음악성이 주목받고 있다. 하이브 레이블 중에서도 가장 개성 있는 집단으로 급부상했다.

지코는 블랙핑크 제니와 협업해 신곡 '스팟!(SPOT!)'을 발매, 국내 음원차트 1위를 석권했다. 지코가 작사·작곡한 이 곡은 편안하면서도 감각적인 힙합 바이브에 쫀득한 제니의 피처링이 더해져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가사는 지코가 단독 작사했는데 특유의 센스 있는 표현력에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두 사람의 만남은 그 자체로도 화제가 됐는데, 특히 글로벌 스타인 제니의 영향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수의 성과를 내고 있다. 대만·태국·칠레·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총 31개 국가/지역의 아이튠즈 '톱 송' 차트 1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영국·호주·미국 등 30개 국가/지역의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차트에도 랭크됐다. 스포티파이 '데일리 톱 송 글로벌'에서도 순위가 오르고 있다.


보이넥스트도어는 데뷔 당시 이지 리스닝 장르를 내세웠다. 이때까지만 해도 5세대 보이그룹 사이에서 '대세'로 여겨지는 장르를 차용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활동을 거듭하면서 점차 고유의 색깔이 나오고 있다.

이들의 프로듀싱은 지코와 함께 팝타임이 맡고 있다. 팝타임은 블락비의 '허(HER)', '잭팟', '닐리리맘보', '품행제로' 등을 만든 프로듀서로 지코의 음악적 동반자이기도 하다. 이미 환상의 호흡을 입증해낸 두 사람이 보이넥스트도어의 정체성을 새롭게 구축해나가고 있다. 편안한 이미지를 강조하면서도 음악적으로는 시원시원하게 랩을 내뱉고 타이트한 안무를 여유있게 소화해내는 보이넥스트도어를 향해 '블락비 DNA'가 녹아있다는 평까지 따른다.

신보 '하우?(HOW?)'는 한터차트 기준 초동 '하프 밀리언셀러(50만장 이상 판매)'를 달성했고,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93위에 오르기도 했다. 일본 오리콘 주간 앨범 랭킹, 오리콘 주간 합산 앨범 랭킹 1위도 차지했다. 음악방송에서 잇달아 1위 트로피를 거머쥐며 '실력파' 그룹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세를 이어 후속곡 활동까지 나선다.

지코 역시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아 활동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스팟!' 발매로 작사·작곡·프로듀싱 능력까지 재입증한 데 이어 각종 페스티벌에 출연하며 팬들과 만난다.

KOZ 형제들의 시너지는 패밀리십을 중요하게 여기는 K팝 팬들에게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독창적인 음악색에 더해 선후배간 '케미'로 시너지를 내고 있는 KOZ의 행보가 레이블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