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사전적 의미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아무 탈이 없고 튼튼함”이지만 세계보건기구에서는 건강을 “신체적·심리적·사회적 웰빙 상태”라고 정의한다. 웰빙을 추구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이어지지만 힘든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어떻게 해야 웰빙을 실현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37년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일하면서 마음이 아픈 사람 3만 명 이상을 치료해온 서울성모병원 채정호 교수. 면담 건수만 40만 회가 넘는다. 강연과 워크숍에서 만난 수천 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조사를 통해 많은 데이터도 쌓였다. 채정호 교수는 수만 명의 가슴 아픈 사연과 힘든 이야기를 듣고, 데이터를 분석해 사람들이 고통스러운 이유 일곱 가지를 발견했다.
‘수용하지 못해서, 변화하지 않아서, 연결되지 않아서, 강점을 발휘하지 못해서, 지혜롭지 못해서, 몸으로 살지 않아서, 영성이 부족해서’
원인을 파악한 후 현재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을 넘어, 인격적 성장과 삶의 가치를 회복하게 해주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실을 담은 책이 <진정한 행복의 7가지 조건>이다.수용·변화·연결, 웰빙과 직결된 요소채 교수는 ‘수용, 변화, 연결, 강점, 지혜, 몸, 영성’이 결핍되면 암흑같이 어둡고 불행한 삶을 살게 되고, 이들이 조화를 이루어 삶의 빛으로 작용하면 웰빙의 삶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그 가운데서도 ‘수용, 변화, 연결’은 웰빙과 직결된 요소로 주관적 웰빙, 심리적 웰빙, 사회적 웰빙에 이르는 방법이라고 한다.
‘수용’은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허용하는 것이다. 현실을 외면한 채 막연한 희망을 품기보다 힘들지만 삶을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수용이다. 대학에 떨어졌다면 떨어진 것만큼만 실망하고 다시 마음을 다지면 된다. 사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한 무능한 부모에다 자신의 운명까지 탓하며 괴로움을 껴안기보다 “괜찮아, 별일 아니야, 그럴 수 있어”라고 다독여보라.
‘변화’는 다른 사람과의 비교가 아니라 자기다운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해 ‘매일 조금씩 더 나아질 때’ 나타난다. 변화에 성공하려면 구체적인 목표가 필요하고, 어떤 일이든 5년 이상 꾸준히 해야 진정한 성장으로 연결된다. 저자는 변화를 위해 운동, 독서, 명상의 습관을 들이라고 권한다. 독서는 내 안의 부정적 프레임을 살피고 긍정적 상황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꼭 필요하다. 변화의 구체적 방법 가운데 하나인 몰입을 하는 데도 독서가 큰 도움이 된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우리 삶에서 ‘연결’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인간은 서로 연결될 때 행복하다. 좋은 관계는 생존과 행복의 필수 요소일 뿐 아니라 트라우마와 같은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치유제 역할도 한다. 자기 자신뿐 아니라 타인과도 잘 연결되고자 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자원은 ‘사랑’이다. 친밀감, 열정, 헌신이라는 사랑의 삼각형이 좋은 연결을 불러온다.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잘 정립하려면 먼저 나와 관계를 잘 맺어야 하고, 그러려면 나를 사랑해야 한다. 타인의 부재로 결핍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삶의 생동감과 현존의 기쁨으로 충만함을 느낄 때 다른 사람을 포용할 수 있으며 세상과도 잘 연결될 수 있다.7가지를 하나씩 체득하자내가 가진 가장 좋은 점에 집중하는 ‘강점’대로 살기, 자기 삶을 잘 운용하는 능력이자 풀기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대처하는 능력인 ‘지혜’에 대한 이야기도 풍성하다. ‘몸’의 본질을 알고 잘 움직이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임을 저자는 특히 강조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내 능력으로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에 부딪힌다. 진정한 행복을 위한 마지막 조건은 내가 나를 뛰어넘는 능력, 자기를 초월하는 능력인 ‘영성’이다.
예쁘고 멋지면, 좋은 학교에 가면,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 같지만 이런 것은 행복과 큰 관련이 없다고 한다.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 치료한 채정호 교수는 ‘수용, 변화, 연결, 강점, 지혜, 몸, 영성’ 이 일곱 가지가 작동되기 시작하면 그 자체로 이미 웰빙과 가까워진 것이라고 강조한다. <진정한 행복의 7가지 조건>을 읽고 하나하나 체득해가면서 진정한 행복과 만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