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이 유럽 출장을 마치고 3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첨단 반도체 미세공정을 좌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관련 기술을 보유해 '슈퍼 을(乙)'로 꼽히는 독일 광학업체 자이스를 방문해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7시30분께 김포공항 입국장으로 나서 약 열흘간의 반도체 협력 강화를 위한 유럽 출장길을 마무리했다. 이 회장은 취재진에게 "봄이 왔네요"라고 인사를 건넸으나 출장 성과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회장은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방문해 현지 시장을 점검하고, 관련 사업 미팅과 주재원 간담회 등을 진행했다.
특히 지난달 26일(현지시간)에는 광학 기술 세계 1위 기업 자이스의 독일 오버코헨 소재 본사를 찾아 칼 람프레히트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과 만나 반도체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자이스는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EUV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해 네덜란드 ASML에 공급하고, ASML은 여기에 기술력을 더해 삼성전자, TSMC 등에 판매한다. 자이스와 ASML이 반도체 업계의 '슈퍼 을'로 불리는 이유다. 이 회장은 자이스에서 지난 24일 취임한 크리스토퍼 푸케 ASML CEO도 함께 만났다.
이 회장은 자이스 경영진과 반도체 핵심 기술 트렌드와 양사의 중장기 기술 로드맵에 대해 논의했다. 삼성전자와 자이스는 향후 EUV 기술과 첨단 반도체 장비 관련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확대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자이스 공장을 찾아 최신 반도체 부품·장비가 생산되는 모습을 살펴보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후 이탈리아로 이동해 바티칸 사도궁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개인 알현했다. 이 회장이 교황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만남은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의 주선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 회장은 프랑스 파리로 이동해 오는 7월 개최 예정인 2024 파리올림픽을 앞둔 올림픽 체험관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 파트너사다.
한편, 지난해 14조8800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낸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5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부는 올 1분기 1조9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데 이어 2분기에도 업황 회복과 수요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