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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역대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연이은 실적 하락과 인공지능(AI) 기술 경쟁 약화 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반전카드로 풀이된다. 애플은 올해 1분기 실적도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등 선방해 주가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애플은 2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주주환원정책도 내놨다. 자사주 매입 규모는 1100억달러(150조8100억원)으로 전년 동기(900억달러)보다 22% 늘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최근 이어진 주가하락으로 인한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주가 흐름을 바꾸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1분기 실적도 나쁘지 않았다. 애플의 매출은 907억5000만달러, 주당 순이익은 1.53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하락했지만,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900억1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주당순이익도 전망치(1.50달러)를 넘어섰다.
애플 매출 하락의 주요인은 아이폰 판매 감소다. 올해 1분기 아이폰 매출은 459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실적은 감소했지만, 월가 예상치(460억달러)를 크게 밑돌지는 않았다. 아이폰 판매량 감소는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 탓이 컸다. 다만, 중국 판매 실적이 예상만큼 나쁘지는 않았다는 점이 주가 상승에 영향을 줬다. 애플의 1분기 중국을 포함한 중화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한 163억7000만 달러로, 월가 예상치(152억5000만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발표 후 “중국에서 성과에 대해 만족한다”며 “현실은 때때로 여러분이 보는 것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은 중국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 부활 등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9.1% 줄어든 바 있다.
PC와 노트북 맥(Mac) 매출은 75억달러로 예상치(68억6000만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스트리밍 서비스, 앱스토어 등 서비스 부문 매출도 239억 달러로 예상치(232억7000만 달러)를 상회했다.
올해 2월 2일 출시한 가상현실 헤드셋 비전프로의 판매량은 이날 따로 발표하지 않았다. 업계에선 판매량이 저조할 것으로 추정했다. 팀 쿡은 이에 대해 “(비전프로는)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애플은 2분기 실적 전망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다음 달 열리는 연례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팀 쿡은 “WWDC에서 AI와 관련한 ‘큰 발표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2.2% 상승했다.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선 6%가량 올랐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