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한테 "언니, 놀자"…할머니 괴롭힌 치매의 '충격 현실' [건강!톡]

입력 2024-05-04 11:42



"언니, 나랑 놀자."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서 주인공 임솔(김혜윤 분)의 할머니 정말자(성병숙 분)는 치매 환자로 극의 핵심 '키맨'이자 '눈물버튼'이다.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선재 업고 튀어'에서 임솔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시계에 묘한 집착을 보이고, 임솔이 과거를 바꾸자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정말자는 치매로 손녀를 알아보지 못해 "언니"라고 부르고, '시크릿 쥬쥬'를 제일 좋아하는 어린 아이가 돼 버려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15년 전 정말자는 손자와 손녀를 끔찍이 아끼는 할머니였다. 임솔이 과거로 돌아와 정신이 온전한 정말자를 보며 눈물을 보였던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임솔은 과거로 와서 좋은 이유 중 하나가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지 않은 것이라고 꼽기도 한다.

치매는 퇴행성 뇌 질환으로 꼽힌다. '치매'의 병명은 라틴어 '정신이 없어진다'는 의미의 단어에서 유래됐는데, 정상적인 생활을 해 오던 사람도 다양한 원인으로 뇌 기능이 손상돼 기억력, 언어능력, 시공간 파악 능력과 판단력, 사고력 등 다양한 지적 능력이 저하되는 증상을 반영했다.

치매의 원인은 뇌 기능을 훼손할 수 있는 모든 질환이다. 노화는 대표적인 원인이라 과거엔 치매가 '노화 현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많은 연구를 통해 다양한 원인이 있는 뇌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흔히 알고 있는 알츠하이머는 원인 미상 신경성 퇴행성 질환으로 전체 치매의 50~60%를 차지하고, 뇌의 혈액순환 장애에 의한 혈관성 치매가 20~30%를 차지한다.

이 외에 뇌에 비정상적인 단백질 침전물(레위 바디)가 생기거나, 전두엽과 측두엽 손상으로 치매가 발생하기도 한다.

흔히 건망증과 혼동하기 쉽지만, 치매는 단순한 기억력 저하뿐 아니라 판단력 감퇴뿐 아니라 정신 능력 등 판단력에도 문제가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건망증 환자는 기억력 장애로 힌트를 주면 잊어버렸던 내용을 곧 기억해내지만, 치매는 계산 능력 등 지적인 기능이 지속해서 감퇴하고 성격과 감정까지 변화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가 발간한 '대한민국 치매 현황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초고령 사회에 도달하면서 추정 치매 인구는 이미 100만명을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치매 환자는 2040년엔 226만명, 2050년엔 315만명에 달하리란 관측이다.

하지만 솔이네 집과 마찬가지로 치매 돌봄 대부분이 가정에서 이뤄지고 있고, 현재까지 획기적인 치료법도 개발되지 않았다. 때문에 간병 피로로 인해 비극적인 일도 종종 발생하는 만큼 사회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자들이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유지될 수 있도록 작업 요법, 인지 기능 강화 요법과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한 뚜렷한 원인도, 치료법도 규명되지 않았지만, 두뇌 회전을 꾸준히 시킬 수 있는 독서, 건전한 수준의 게임, 건강한 식습관과 적절한 운동 등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술과 담배는 기억력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수면 부족 역시 기억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피하는 것이 좋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