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352820)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72.6% 급감했다. 지난해 12월 방탄소년단(BTS) 멤버 전원이 병역 의무에 돌입한 후 처음으로 받아든 뼈아픈 성적표다.
하이브는 1분기 연결 기준 3609억원의 매출과 14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2일 공시했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시장의 기대치(매출 3804억원, 영업이익 172억원)를 밑도는 수치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1%, 영업이익은 72.6% 하락했다. 당기 순이익은 29억원으로 87.4%나 급감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전원 입대한 1분기 동안 하이브는 기존 팀 컴백보다는 신인 론칭에 박차를 가했다. 통상적으로 1분기가 가요계 비수기로 꼽히긴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완전체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빅히트뮤직·플레디스·어도어·빌리프랩·쏘스뮤직·KOZ엔터테인먼트까지 레이블을 통틀어 르세라핌 단 한 팀만이 컴백했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대신 신인 그룹을 선보이는 데 집중했다. 신인을 데뷔시키는 데에는 추가적인 초기 비용이 든다. 실제로 올 1분기 아티스트 활동이 저조했음에도 인건비·외주비 등을 포함한 판관비는 1628억원으로, 전년도 1562억원보다 늘었다. 지난해 말 14.6%까지 올랐던 영업이익률은 4%로 곤두박질쳤다.
투어스와 아일릿이 음반·음원 모두 좋은 성적을 내며 선방했지만, 음반원 매출은 14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3%나 감소했다. MD 및 라이선싱, 콘텐츠 등의 간접참여형 매출도 18.3% 떨어졌다.
방탄소년단 공백의 영향으로 팬 플랫폼 위버스의 MAU(월간활성이용자수)도 1000만명에서 920만명으로 감소했다. 이경준 하이브 CFO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개발 인력을 통해 준비하고 있는 서비스가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이브는 2분기부터 아티스트 컴백이 본격화하며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 전망했다. 당장 4월에만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보이넥스트도어, 지코, 세븐틴이 컴백했다. 5월에도 엔하이픈, 뉴진스, 방탄소년단 RM의 앨범이 나온다.
다만 아티스트 라인업 가동과 관련해서는 전략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이브는 각 레이블의 독립성·자율성을 보장하는 '멀티 레이블 체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레이블이 각자의 계획하에 진행하다 보니 아티스트들의 컴백 시기가 겹치고, 일정 기간에 쏠리는 등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같은 소속사 가수들끼리는 컴백 일자가 겹치지 않도록 조율하는 게 관행이었다.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기 위함"이라면서 하이브의 사례에 대해 "각 레이블이 원하는 시점에 눈치 보지 않고 앨범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지만, 경쟁 효과에 대해서는 제 살 깎아 먹기 식이 아닌지 객관적으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수기가 지난 직후인 4월 컴백 일정을 보면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4월 1일, 보이넥스트도어 4월 15일, 지코 4월 26일, 세븐틴이 4월 29일 컴백했다. 길게는 2주, 짧게는 3일 간격을 두고 신곡이 나온 셈이다. 5월에도 엔하이픈이 13일에 나온 뒤, 2주가 채 지나지 않아 뉴진스와 방탄소년단 RM이 24일 동시 출격한다.
결국 레이블끼리 경쟁해야 하는 구도에 놓이게 됐다. 이를 두고 서로의 마케팅 효과를 떨어트린다는 지적도 있어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공론화되며 지적받은 것 역시 '멀티 레이블 체제'였다.
이와 관련해 박지원 하이브 CEO는 "멀티 레이블은 시행착오를 겪고 이를 극복하며 성장했다. 이번 상황을 통해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지만, 고도화를 위해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지속적으로 고민하며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