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국세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조2000억원이나 덜 걷혀 나라 살림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예산안에서 정부가 전망한 국세 진도율도 23.1%에 그쳤다. 최근 5년간 1분기 평균 진도율(25.9%)보다 많이 낮다. 56조원이나 모자란 지난해의 최악 세수 결손에 이어 올해도 ‘국세 펑크’가 계속될 공산이 커졌다.
가장 큰 요인은 법인세 부진이다. 지난해 반도체 불황으로 삼성전자가 52년 만에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을 비롯해 법인세 납부 2위인 SK하이닉스도 내지 않았다. 기업들 성과급 감소로 1분기 소득세도 전년 동기 대비 7000억원 감소했다. 3대 주요 세목 중에서는 그나마 부가가치세가 예상대로 걷혔다. 이런 와중에 4월까지로 예정됐던 유류세 인하가 6월 말까지 연장돼 15조3000억원으로 잡힌 교통환경에너지세 수입도 미달할 전망이다.
9년 만에 가장 낮은 국세 징수 진도율을 보면 올해도 건전재정은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약간의 ‘잡수입’은 있지만 나라 살림을 세금에 기대는 예산 구조에서 경기가 급상승하지 않는 한 뻔한 예상이다. 정부는 올해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로 잡았지만 4%를 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예측이다. 국가채무도 GDP 대비 50%를 넘어서 1127조원(2023년 말 기준)에 달했다. 지난해 한 해에만 60조원 늘었는데, 빚 갚느라 또 빚내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대규모 세수 펑크가 예고된 판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뿌리자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은 옳지 않다. 말이 좋아 ‘민생회복지원금’이지, 효과가 의문일 뿐만 아니라 13조원을 새로 지출할 만큼 재정 여력도 안 된다. 이 명목의 추경 주장은 깔끔하게 접어야 한다. 지금은 오히려 정부가 허리띠를 더 좨야 할 상황이다. 기왕의 올해 지출 예산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내년에도 긴축예산이 불가피해졌다. 이미 내년도 예산편성 작업이 시작됐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장기화로 ‘긴축의 시기’가 길어지는 만큼 정부가 솔선수범해 건전 긴축재정 의지를 다져야 한다. 그래야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산하 공기업과 공공기관들의 긴장도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