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 여론조사에 대해 국민 절반 가까이(47.6%)가 신뢰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한경이 뉴피니언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다. 선거구 다섯 곳 중 한 곳에서 여론조사 지지율 평균이 실제 투표 결과와 오차범위(±4.4%포인트)를 벗어날 정도이니 그럴 만도 하다. 28%포인트나 벌어진 곳도 있다.
여론조사는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사표(死票) 방지 심리에서 지지율이 높은 후보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경 조사에서 선거 판세를 좌우하는 스윙보터인 중도층의 46.7%가 “여론조사가 후보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러나 허점이 한둘이 아니다. 특정 지지층 과표집은 고질적이다. 여론조사 응답을 피하고 싶다는 답변이 보수(56.3%)가 진보(44.4%)보다 더 높은 데서 무엇이 문제인지 잘 드러난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가 보수 대비 1.55배 더 많이 표집된 곳도 있으니 어떻게 그 결과를 믿을 수 있겠나. 일부 여론조사 업체의 편향성도 문제다. 엄격한 기준을 세우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
낮은 응답률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여론조사 대다수를 차지하는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은 응답률이 거의 5% 미만인데, 이 정도로는 신뢰를 얻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질문 내용과 질문자 태도, 조사 시점이 낮이냐 밤이냐 등에 따라 차이가 나는 만큼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모바일웹 등을 이용한 멀티미디어메시징서비스(MMS) 조사 방식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난 총선에서 MMS 방식의 한경·피앰아이 여론조사가 다른 조사보다 더 정확하다는 게 입증됐고 국민 신뢰도도 전화 방식의 두 배 이상이다. 응답률이 전화 여론조사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데다 참여 시간에 제한이 없고, 질문 내용도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은 만큼 선거관리위원회, 업체 모두 조사 방식 다변화를 고민하기 바란다. 엉터리 여론조사는 민심·정치 왜곡, 국민 기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