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씩 물러난 與野, '이태원특별법' 처리 합의

입력 2024-05-01 18:49
수정 2024-05-02 11:04
여야가 2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난달 29일 양자 회담 이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서로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여야 협치의 첫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와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발표했다.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은 여야가 협의해 정하고 여야가 4명씩 특조위원을 추천해 총 9명으로 특조위를 구성하는 것이 골자다. 특조위 활동 기간은 1년으로 하되 3개월까지 연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2022년 10월 29일에 발생한 핼러윈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특조위를 구성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지난 1월 국회에서 야당이 단독 처리했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에서 재표결을 앞두고 있었다.

이번 합의는 특조위 구성 방식과 활동 기간에 관해서는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여당과 대통령실이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해온 영장 청구 의뢰권과 직권조사 권한 등 특조위 권한 일부가 삭제되며 성사됐다. 영장청구 의뢰권은 정당한 이유 없이 특조위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면 검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양당 원내수석부대표들은 영수회담이 여야 합의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박 수석부대표는 “무엇보다 여야 합의를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기를 원했던 참사 희생자 가족들의 뜻을 받들어 논의에 주력했다”고 했다. 영장 청구 의뢰권 삭제에 대해서는 “법리적 문제는 없지만, 합의 처리를 위해 수용할 만한 영역이라고 판단했고 가족들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 수석부대표는 “용산과도 충분히 숙의하고 검토를 거쳤다”며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회동에서 윤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것이 물꼬가 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회담에서 “현재 이태원 특별법은 민간조사위원회에서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어 (이를) 해소하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이태원 참사 특별법 외에 민주당이 처리를 주장해온 다른 법안은 아직 합의되지 않아 2일 본회의 개최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에서 “내일(2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비롯한 민생 법안은 합의한 대로 처리하고 나머지 2개 쟁점 법안(채상병 특검법·전세사기 특별법)은 반드시 단독으로라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수석부대표는 “내일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법이 올라와서는 안 되는 게 우리 당의 원칙”이라며 “이견이 있거나 (민주당과) 합의되지 않은 법이 올라온다면 본회의 개의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양당은 대화를 통한 협의를 이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