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은 정말 쇼핑하기 좋은 곳이에요. 매장에 들어가면 2시간이 흘러도 나가기 어려워요. 매장에 있는 걸 다 사고 싶네요."
30일 오후 2시께 서울 마포구 '올리브영 홍대타운' 1층 계산대에서 만난 중국인 수리 씨(27)는 "물건이 저렴하고 종류도 다양하다. 관광객들이 제품 사기에 좋은 것 같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스킨케어를 비롯한 색조 제품 등 약 7만원어치를 샀다.
이어 수리는 스마트폰 여행 어플리케이션(앱)을 활성화해 '한국 여행 가이드'를 검색하더니 쏟아지는 게시물을 보여줬다. 게시물에는 '한국 올리브영 정보 공유', '올리브영에서 무엇을 사야 할까요' 등의 키워드가 담겨 있었다.
이곳은 CJ올리브영이 지난 26일 젊은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홍대 한복판에 특화 매장으로 오픈한 매장이다. 국내외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 소비자들에게 'K뷰티 트렌드'를 알리는 일종의 랜드마크로 삼겠다는 복안. 지상 1~3층 영업 면적 기준 총 300평(991㎡)으로 명동타운(350평·1157㎡)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8번 출구에서 도보 1분 거리에 있는 대로변에 위치했고 공항철도도 연결돼 관광객들 접근 편의성이 좋다.
올리브영은 명동에 이어 홍대 등 외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 상권을 중심으로 매장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홍대타운 주변에는 프랜차이즈 카페와 아이웨어 매장, 한식 전문점과 세계과자할인점 등 매장들이 있다. 홍대타운은 현재 홍대에서 운영 중인 올리브영 6개 매장을 잇는 '허브' 역할을 맡게 된다. 이달 말에는 홍대입구 매장 리뉴얼에 돌입해 6월 말 재개장한다. 글로벌 고객을 겨냥한 특화점포로 만들어 명동에 이은 '제2의 K뷰티 특구'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홍대타운 입구에는 공간의 절반을 차지하는 '콜라보 팝업존'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콜라보레이션(협업)을 운영 콘셉트로 잡았다. 매월 새로운 뷰티 브랜드와 영화, 게임, 캐릭터 등 이종(異種) 산업 콘텐츠의 공동 기획 전시를 주로 선보일 예정이다.
핵심 고객인 1020 세대가 중시하는 '재미 요소'에 역점을 뒀다. 통상 유통업계는 고객 최접점인 1층을 매출 확보와 구매 유도를 위한 상품 진열에 초점을 두는 것을 감안하면 확연한 차별화 포인트인 셈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팝업존으로 브랜드를 체험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결제 공간을 확보해 쇼핑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매장 2층은 색조 화장품과 푸드 앤 드링크 코너가 마련됐다. 이날도 립스틱 등을 손등에 발라 테스트해보고 번역기로 이름을 돌려가며 제품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외국인들이 포착됐다. 베이글 칩, 젤리 등 식품에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매장 내 직원은 유창하게 중국어를 구사하며 "일부 품목이 품절돼 현재 제품 구매가 어렵다"고 안내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3층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 입소문 난 메디힐의 각질·트러블 패드와 스킨푸드의 캐롯 카로밍 카밍 워터 패드 제품 등이 전시된 매대는 텅 비어 있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마스크팩과 선케어 제품을 대량으로 쟁여두기식으로 많이 가져가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체험에 특화된 매장인 만큼 체험 요소를 높인 '헤어스타일링바'도 들어섰는데 상당수 여성들이 고데기로 머리를 손질하고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
홍대타운 인테리어 디자인은 홍대 지역 고유의 스트리트 문화를 재해석하는 등 차별화에 집중했다. 건물 내·외부엔 미디어 파사드와 계단, 엘리베이터는 케이팝(KPOP), 그래피티 아트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디자인을 넣었다. 이 밖에도 자신만의 개성 있는 인증샷을 남기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각층 엘리베이터 우측에 포토존을 마련했다.
올리브영은 홍대타운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들을 더 끌어모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올리브영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660%나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외국인 고객이 사후 면세 혜택을 받은 구매 건수만 370만건에 달한다. 올리브영은 이 같은 수요를 고려해 지난해 7월에는 전국 60여곳의 글로벌 특화매장 근무자 대상으로 현장 매뉴얼을 자체 제작, 배포하기도 했다. 이달 초에는 16개 언어 통역이 가능한 휴대용 번역기도 전국 매장에 도입한 바 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