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조' ESG채권 시장…"민간기업 참여 늘어날 것"

입력 2024-04-30 16:45
수정 2024-04-30 16:51


이른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으로 불리는 사회적책임투자채권(SRI채권) 시장이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시기를 지나 기지개를 켜는 분위기다. 기업들이 ESG 관련 수치 등을 어떻게 가늠할지 명시한 ESG 공시기준이 나오면서 ESG 채권 발행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SRI채권 상장 잔액은 248조2836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209조2521억원)에 비해 18.6%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발행기관 수(누적 기준)는 241곳에서 259곳으로 늘었다.

SRI채권은 친환경·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에 대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녹색채권(그린본드)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 △지속가능연계채권(SLB) 등으로 나뉜다. 이중 친환경 사업 등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자금이 쓰이는 녹색채권에 대해선 환경부가 금리를 일부 지원하고 있다.

그간 SRI채권은 주로 공기업이나 은행·캐피털사 등 금융기업이 주로 발행했다.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 목적 등이 ESG 취지에 맞아야 하고, 이에 대해 외부평가를 받아야 하는 등 발행과정이 일반 채권보다 까다로워서다.

금융사의 경우 ESG 관련 투자에 자금을 쓰겠다고 공언해 기준을 통과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반면, 제조·유통·서비스업 기업 등은 ESG 프로젝트 기준을 임의로 잡아 인증받기가 쉽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비금융 민간기업 중 SRI 채권을 대규모로 발행한 기업들 여럿이 이차전지 관련사인 것도 이 때문이다. 전기차 확산과 탄소중립간 관련성이 높다는 점을 근거로 전기차 배터리 관련 설비투자를 위한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식이다.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SK온 등이 대표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민간기업 중 녹색채권 발행액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 2월엔 녹색채권으로 역대 회사채 수요예측 신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당시 녹색채권 2·3·5·7년물 총 8000억원 모집에 총 5조6100억원 매수 주문이 몰렸다. 이 회사는 작년엔 녹색채권 50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 4조7200억원이 몰려 1조원까지 증액 발행을 하기도 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녹색채권으로 9500억원을, SK온은 2000억원을 각각 조달했다.

이들 기업에겐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 운용 자금의 일정 부분을 ESG 투자에 쓰려는 연기금·공제회 등이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자금을 상대적으로 쉽게 조달할 수 있어서다. 녹색채권은 상장수수료와 상장연부과금 등이 면제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ESG 공시 초안이 공개되면서 SRI 채권 시장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올해 도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정보가 ESG 사업에 중요한지 등을 알려주는 지침이 될 수 있어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간엔 제각각이었던 ESG 관련 데이터나 체크 포인트가 사실상 규준화되는 것”이라며 “기업이 도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ESG 관련 사업 기회를 찾아 관련 채권을 발행하는 등 민간기업의 참여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