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조 PF 폭탄' 韓 경제 덮친다"…글로벌 회계업체의 경고

입력 2024-04-30 14:26
수정 2024-05-02 09:30
이 기사는 04월 30일 14:2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져(위험노출액)가 2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는 만큼 PF 부실이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PF 부실이 건설사와 금융회사에 타격을 주고, 그만큼 실물경제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부실 PF를 빠르게 정리하는 한편 부실채권(NPL) 투자금 등이 PF 시장에 유입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삼정KPMG는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동산 PF 관련 주요 이슈와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회계법인은 지난해 말 한국의 PF 익스포져가 200조원에 육박한다고 산출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35조6000억원으로 최근 3년 새 46.6% 늘었다. 증권사의 PF 채무보증은 지난 3월 22일 기준으로 16조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건설사가 제공한 PF 보증액 등도 17조1000억원에 달했다. 이밖에 각종 PF 익스포져를 합치면 200조원에 육박한다고 삼정KPMG는 분석했다.

건설사, 시행사 등이 조달한 주택 PF 대출은 통상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 분양대금 등으로 회수한다. 아파트 미분양으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건설사, 시행사들이 자금 압박을 받는다. PF를 실행한 금융회사로도 부실이 번질 우려도 크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움츠러들면서 이 같은 우려는 일부 현실화하고 있다. 삼정KPMG는 보고서에서 "부동산 PF 문제의 주요 원인은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부동산 경기 위축"이라며 "2024~2025년 대규모 PF 만기가 도래하면서 PF 위험이 불거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행사, 건설사, 2금융권, 신탁사 등이 PF로 얽혀있는 만큼 도미노식으로 위험이 번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건설사들이 이 같은 PF 부실을 흡수할 여력이 크지 않다고도 봤다. 지난해 시공능력 50대 건설사 가운데 부채비율이 200%를 웃도는 곳은 14곳으로 집계됐다. 400%를 넘는 곳은 2곳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건설사 줄도산 우려도 부각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부도 건설사는 21곳으로 전년에 비해 33.3% 늘었다.

PF 부실은 건설사 부도를 타고 금융회사로 전이될 전망이다. 저축은행과 증권사를 비롯한 2금융권의 부실 우려가 특히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 말 저축은행의 PF 대출 규모는 9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의 PF 대출 연체율은 6.94%로 전체 대출의 연체율(6.55%)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정KPMG는 발 빠른 PF 구조조정에 착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건설사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PF 사업 구조정에 착수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저축은행·증권사는 PF 전환이 어려운 브릿지론의 경우 충당금 100%를 적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KPMG는 이어 "PF 관련 매물을 소화하기 위해 부실채권 투자회사와 사모펀드(PEF) 자금이 PF 사업장에 흘러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정부가 이들 금융회사에 규제완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걸 검토할 때"라고 분석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