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봉 미트박스글로벌 대표 "축산물 데이터 사업으로 추가 성장동력 마련"

입력 2024-05-01 13:35
수정 2024-05-01 16:10
이 기사는 05월 01일 13:3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단순히 축산물 거래 플랫폼에 그치지 않고 축산물 데이터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해 향후 10년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습니다."

김기봉 미트박스글로벌 대표(사진)는 1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지난 10년 간 미트박스를 통해 폐쇄적인 축산물 유통 과정을 바꾸고, 가격 투명성을 확립하는데 기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거래액 6000억원 이상 목표2014년 설립된 미트박스글로벌은 축산물 직거래 플랫폼 '미트박스'를 10년째 서비스하고 있다. 중간 유통 과정을 없애 1차 도매상과 소매업자가 직접 거래하는 서비스다. 이달 중순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김 대표는 1998년 LG유통에서 축산물 상품기획자(MD)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에는 LG아워홈, 원푸드컴 등에서 일하다 2014년 미트박스를 설립했다.

김 대표는 “기존 축산물 시장은 폐쇄적으로 운영돼 적정 가격이 얼마인지 등 정보가 알려지지 않았다”며 “복잡하고 불합리한 유통 구조를 개선하면 축산 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 미트박스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미트박스를 이용하면 이전보다 15~30% 이상 저렴한 가격에 축산물 거래를 할 수 있다. 축산물 시장의 오랜 관행이었던 미수 거래 대신 현금 결제 방식을 택해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미수 거래는 구매자 입장에선 거래처를 쉽게 바꾸지 못하고, 판매자 입장에선 거래 대금을 받지 못할 수 있어 둘 다 모두 위험에 노출되는 방식”이라며 “미트박스를 통해 이런 미수 관행을 타파해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충족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신선식품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 대다수가 적자지만, 미트박스글로벌은 2022년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 679억원, 영업이익 26억원을 올렸다.

김 대표는 “기업과 개인 간 거래(B2C)가 아니라 기업 간 거래(B2B)만 전문적으로 다루면서 비용을 효율화하고, 규모의 경제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10년간 영업하면서 인력 최적화 및 물류 노하우도 충분히 쌓인 만큼 흑자를 내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미트박스를 이용하는 축산물 판매자는 250여곳, 구매자는 월평균 2만6000여 곳이다. 구매자는 식당과 정육점 등 소매업자가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누적 거래액(GMV)은 1조4000억원을 넘겼다. 지난해 거래액 4251억원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 거래액 60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IPO 공모자금은 신규 물류센터 구축과 신사업 확장에 사용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도 꾀한다. 김 대표는 “대만, 베트남 등 현지회사와 협업 포인트를 찾아 타법인 출자 및 조인트벤처 설립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축산물 데이터 사업 본격화10년차를 맞아 사업 확장에 팔을 걷어부쳤다. 5월 대형 도매상끼리 거래하는 플랫폼인 '미트매치’를 오픈한다. 미트매치는 박스가 아닌 컨테이너에 담을 정도로 대규모 물량을 거래하는 도매상이 플랫폼에 각각 원하는 수량과 가격을 올려 거래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필요한 경우엔 미트박스글로벌이 직접 거래에 참여하겠지만, 거래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금융 파트너사들을 확보해 축산물 시장에선 대형 거래가 이뤄질 때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업과 연계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축산물 도매 시세와 시황 리포트 등을 담은 미트박스 종합지수도 개발했다. 10년간 미트박스를 운영하면서 쌓인 데이터로 만든 지수다. 이를 토대로 축산시장 예측 및 고객분석 플랫폼 ‘M.I.T(Meatbox Insight Tech-service)를 시작한다. 상품, 재고, 발주, 매출 현황을 비롯해 시장 현황, 미래 시장 예측, 다양한 고객군 분석 등 모든 데이터를 제공한다.

김 대표는 “미트박스 종합지수는 향후 3개월 내 축산물 시세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어 대기업 MD들이 큰 관심을 보인다”며 “이들에게 더욱 상세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자본시장 투자자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축산물 사업자는 신용도를 평가받지 못해 양질의 투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지수를 기반으로 축산물 재고 자산에 대한 평가 기준을 제시해 축산물 사업자는 유동성을, 투자자는 대체투자 자산을 확보하는 중간 고리 역할을 하겠단 목표다.

김 대표는 “지난 10년간 미트박스를 통해 투명한 축산물 시장을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면 앞으로 10년은 금융업과 연계를 통해 판매자, 구매자, 투자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플랫폼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