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리콘밸리은행 꼴 날래?"…中 당국의 살벌한 경고

입력 2024-04-29 16:48
수정 2024-04-2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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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이 지방은행들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을 되풀이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중국에서 최근 채권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국채 투자 과열 현상이 빚어지고 있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중국 정부 국채 및 지방채 등의 랠리가 연일 계속되자 중국 인민은행이 '지방은행들의 채권 과열 투자가 지난해 SVB 은행의 붕괴와 유사한 위기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고 보도했다. SVB는 작년 3월 당시 과도한 미국 장기 국채 포트폴리오 비중이 기준 금리 인상(긴축)의 직격탄을 맞은 뒤 결국 파산했다.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었다.

BNP파리바가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은행의 장기 국채 순매수액은 총 2700억위안(약 51조원)으로, 지방은행들의 매수세가 압도적이었다. 중국 인민은행 관계자는 "많은 자금이 현재 수익률이 낮은 장기 채권에 묶여 있고 (향후) 부채 비용이 크게 증가하면 급격한 가격 재조정으로 인해 투자 자산(자금)이 크게 감소하는 역풍에 수동적으로 노출될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지난해 SVB를 파산으로 몰고 간 유동성 위기의 원인이었다"고 우려했다.

파산 전 SVB는 들어온 예금을 대출 등 영업에 쓰기 보다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데 썼다. 10년 만기 이상의 장기 국채가 주된 매입 대상이었다. 하지만 미 중앙은행(Fed)이 2022년부터 급격히 긴축으로 선회하면서 유동성이 말라버린 기업 고객들은 SVB에 돈을 덜 맡기기 시작했고, 오히려 예금을 급히 빼내는 일이 빈번해졌다. 설상가상 SVB 투자 자산 중 장기 채권의 가치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자 작년 상반기 뱅크런(대규모 현금 인출) 사태가 발생해 결국 파산했다.

중국은 부동산 부문의 침체 이후 주식 시장과 경제 전반의 침체 위기로 고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초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시중 은행들에 장기자금을 공급하는 등 부양책을 내놓았다. 또 지방정부의 부채 리스크 해결을 위해 지방채 발행도 지원했다. 하지만 지방은행들은 주식과 부동산 부문 침체 여파에 대응하기 위해 안정적인 수익원인 장기 국채를 쌓아두기 시작했다.

중국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번 주에 연 2.5% 수준으로 하락해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10년 만기 수익률도 최근 사상 최저치인 연 2.2%로 떨어졌다. 이에 인민은행 등 당국은 "국가 경제의 중요한 시기에 지방은행들이 대출을 제한하고 국채 매수에 과도하게 쏠리는 것은 침체 위기를 가속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BNP파리바의 왕 주 금리 전략 책임자는 "소규모 대출 기관일수록 만기가 긴 국채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한번 트리거가 발생해 수익률이 상승하기 시작하면 손실이 급격히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