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고공행진 하는 가운데 월세도 동반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고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남권에선 전용면적 84㎡짜리 아파트 월세가 500만원을 웃도는 계약도 속출하고 있다.
3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종합월세는 전달 대비 0.2%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6월 이후 10개월 연속 상승세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용산구(0.51%)가 가장 큰 폭으로 올랐고 서대문구(0.47%), 성동구(0.37%), 금천구(0.35%), 노원구(0.34%)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월 128만8000원으로, 1년 전(123만8000원)보다 5만원가량 올랐다. 월세 보증금은 같은 기간 평균 1억9800여만원에서 1억9600여만원으로 낮아졌다.
용산구, 성동구 등 인기 지역은 월세 물량을 찾기도 어렵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 물량은 지난해 말 1만9641건에서 현재 1만7563건으로, 4개월 새 2000건(10%) 이상 줄었다. 용산 이촌동 한가람 전용 84㎡는 이달 보증금 3000만원, 월세 370만원에 임대차 계약이 이뤄졌다. 두 달 전(보증금 3000만원, 월 300만원)보다 월 70만원이나 부담이 늘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총 2036가구에 이르는 대단지이지만 월세 물량은 9가구에 불과하다. 품귀 현상이 벌어지는 전세 물량(24가구)보다 적다.
서대문구 충정로SK뷰 전용 84㎡도 이달 초 월세 300만원(보증금 5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작년 5월 보증금이 동일한 임대차 아파트(월 235만원)보다 1년 새 월세가 75만원 올랐다. 마포자이 2차 전용 84㎡는 이달 보증금 3억원, 월세 220만원에 갱신 계약했다. 2년 전(보증금 3억원, 월 180만원)보다 월 40만원 늘었다.
강남권에선 월 500만원 이상 고가 월세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는 최근 보증금 1억5000만원, 월 565만원에 세입자를 찾았다. 인근 래미안퍼스티지 역시 동일 평형의 월세 물건이 보증금 1억, 월 620만원으로 계약이 이뤄졌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과거보다 전세 대출금리도 많이 오른 반면 대출 규모는 오히려 축소됐기 때문에 월세를 원하는 실수요자가 두터운 편"이라며 "특히 인기 주거지는 월세와 전세 모두 물량이 부족한 편이라 한동안 전·월세 동반 강세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