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 서부지방법원 7계에서 입찰한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면적 207㎡는 첫 입찰에서 감정가(78억5000만원)의 119.35%인 93억6900만999원에 낙찰됐다. 이는 낙찰 금액으로 가장 높았던 2018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 269.4㎡의 83억7508만원 기록을 깬 역대 최고가다.
이처럼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에서 아파트값 상승세가 감지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은 1년8개월 만에 90%를 돌파하는 등 고금리 여파로 찬 바람이 부는 상업용 부동산과 달리 아파트값 상승세는 법원 경매 열기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29일 법원경매정보회사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26일까지 진행된 4월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전월(85.9%)보다 5%포인트가량 상승한 90.8%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이 90%를 넘어선 것은 2022년 8월(83.7%) 이후 20개월 만에 처음이다. 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를 뜻하는 낙찰률도 지난달 34.9%보다 높은 47.1%를 기록하며 절반에 육박했다. 올해 들어 낙찰률은 1월 37.7%, 2월 34.9%에 그치며 부진했다. 4월 낙찰률은 2022년 6월(56.1%)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처럼 경매 지표가 호조를 보이는 것은 지난달 일반 매매 시장의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저가 매물이 사라지고 호가가 오른 영향이 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로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월 28일 기준 4060건으로 2021년 8월(4065건)에 육박한 상태다. 신고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것을 고려하면 2021년 7월(4680건) 이후 2년 8개월 만에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남권을 비롯한 인기지역의 경매 물건이 늘어난 영향도 크다. 이달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6일 현재 289건으로 300건을 넘어선 작년 1월 수준으로 경매 물건이 증가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고금리 여파로 채무를 갚지 못해 경매로 나오는 물건이 늘면서 이달에는 강남권의 아파트 경매도 크게 증가했다"며 "최근 집값 상승으로 감정가가 시세보다 낮은 경우가 많아 고가 낙찰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초고가나 강남권 등 인기 단지에서는 낙찰가격이 감정가보다 높은 고가 낙찰이 속출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의 아파트 4건은 1회차 경매에서 낙찰가율이 100%를 넘었다. 이달 8일 입찰한 잠실엘스 전용 60㎡는 감정가가 16억원인데 13명이 경쟁을 벌여 감정가의 114.7%인 18억3500여만원에 낙찰됐고, 역시 잠실엘스 전용 85㎡도 8명이 몰린 가운데 23억6100여만원에 낙찰되며 낙찰가율이 감정가(21억6000만원)의 109.3%에 달했다.
잠실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역은 일반 매매거래 시 실거주 의무가 부여되지만 경매로 취득한 경우에는 실거주 의무가 없어 경매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강북 등 비강남 지역의 경매 아파트는 1∼2회 이상 유찰된 상태에서 저가 낙찰되는 등 양극화 모습이 두드러진다. 도붕구 방학동 극동 아파트 전용 85㎡, 노원구 상계동 상계대림 전용 60㎡는 낙찰가율이 각각 72%, 69.8%에 그쳤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