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SG 기본법’ 제정하는 ‘ESG 국회’를 바란다

입력 2024-05-05 06:00
[한경ESG] 칼럼



지속가능성의 시대다. 전 세계 경제와 사회가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그 과정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대응력이 기업과 금융기관, 나아가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미국에서 최근 反ESG 운동이 거세지만, ESG는 이미 ‘주류’로 진입했다. ESG를 촉진하는 다양한 법과 제도는 이 주류화의 확고한 기반 역할을 하면서 과거로 회귀할 수 없는 현재를 만들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그 전범(典範)이다.

우리나라는 ESG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빈약하고 파편적이다. EU와 미국 등의 규제 동향을 살피며 사안에 따라 대응해왔기 때문이다. 룰 세터(rule setter)가 아닌 룰 팔로워(rule follower), 게다가 기업 부담 등을 이유로 패스트 팔로워가 아닌 슬로 팔로워가 ESG 관련 규제를 대하는 우리나라의 태도와 전략이다.

‘대전환기’에 이러한 전략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우리 기업과 금융기관의 빠른 체질 혁신 실패로 국제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조만간 개원할 제22대 국회의 임무는 매우 막중하다. 지속가능성 시대로의 대전환기라는 점을 자각하고 ESG 관련 법과 제도를 촘촘히 구축해야 할 과제가 놓여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중 ‘ESG 기본법’ 제정에 여야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ESG 기본법은 ‘ESG 선순환 시장 생태계’ 구축을 위한 기본 그림과 같다. ESG 시장 생태계의 주요 참여자(기업, 금융기관 및 투자자, 고객, 데이터 평가 및 제공 기관, 검증 기관, 제품과 서비스 소비자, 금융 소비자, 정부 등)를 식별하고, 참여자들이 어떤 이해관계의 그물망으로 묶여 상호작용하는지, 그리고 이 생태계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참여자들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책임과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지 기본법에 담아야 한다.

ESG 기본법은 여러 부문에 산재된 ESG 관련 법과 제도를 모으는 동시에 생태계 작동 관점에서 단절되거나 느슨한 법과 제도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강한 규제와 전폭적 지원이라는 비례의 원칙에서 ESG 기본법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ESG가 급속히 의무화되는 상황에서 ESG 기본법을 ‘ESG 경영 의무화’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은 무의미하다.

ESG 시장 선순환 생태계의 본질은 ESG라는 정보를 매개로 한 자본의 흐름이다. 그런 점에서 ‘ESG 정보공개 의무화’는 필수다. 우리나라에서는 4월 30일 공시기준 초안을 발표했지만, 적용 대상과 시점은 오리무중이다. 여야는 조속한 적용에 힘을 모아야 한다. 지속가능성에 여야,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지 않다. 공동체의 공멸을 막는 일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제22대 국회는 ESG 기본법 제정을 기초로 ESG 관련 법과 제도를 제대로 구축해나가는 ‘ESG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