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주와 밸류업 수혜주에 외국인의 러브콜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순환매 장세 속에 관심주가 바뀌는 듯하다가도, 결국 실적 전망치 상향과 정부의 추가적인 정책 발표 수혜가 기대되는 반도체·자동차 업종으로 매수세가 다시 몰리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선 다음달에는 이런 현상이 더 뚜렷해질 것으로 관측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삼성전자(3조7119억원) 현대자동차(7414억원) 삼성전자 우선주(3018억원)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전력기기주인 HD현대일렉트릭(2415억원)과 방산주 현대로템(2412억원) 등 주요 수출주가 뒤를 이었고, 지난 1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발표 이후 관심이 커진 삼성물산(1893억원) 기아(1036억원)도 10위권을 지켰다.
올해 전체로 봐도 순위권에 큰 변화가 없다. 삼성전자(7조6863억원) 현대차(2조8866억원) 삼성전자 우선주(1조2866억원) 뒤로 SK하이닉스(1조2529억원)와 밸류업 관련주인 KB금융 삼성물산 HD현대일렉트릭 기아 등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등 2차전지, JYP엔터테인먼트 같은 엔터 종목이 순위권에서 약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종별로는 반도체 선호 현상이 굳건했다. 자동차와 금융주 주가도 대거 끌어올렸다. 최근 1주일 동안 외국인 순매수 1위와 3위를 기록한 현대차(6.17%)와 기아(7.07%)가 대표적이다. KB금융은 외국인이 523억원어치를 사들여 지난 26일 하루 만에 주가가 9.67% 뛰기도 했다.
이들 순매수 상위 종목의 공통점은 실적 전망치가 개선됐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근 한 달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12.6%, 53.4%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2분기 3~8%, 13~18% 각각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업황이 우호적이다. HD현대일렉트릭 등 다른 수출주도 미국 전력 수요 확대에 힘입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증가했다. 현대차도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가 모두 늘었다. 여기에 밸류업 수혜주로서 기대도 크다.
증권가에서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유안타증권은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반도체와 증권·손해보험 등 5개를 선호 업종으로 꼽았다. 200개 상장사를 1분기 전망치 상향과 2~4분기 전망치 상향, 밸류업 프로그램 등으로 배점을 나눠 평가한 결과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350~1400원 수준이면 통상 외국인은 순매도를 이어가야 하지만 반도체, 자동차, 방산주 업종 등에서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순매수 강도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상인증권은 SK하이닉스와 현대차를 최선호 종목 중 하나로 꼽았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주도주가 바뀔 가능성은 당분간 미미하다”고 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다음달 밸류업 정책 발표 직후엔 개인과 기관이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낼 수 있지만, 중장기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외국인은 쉽사리 금융·자동차주에서 자금을 빼지 않을 것”이라며 “다양한 업종으로 매수세가 확산한 일본의 밸류업 사례를 봤을 때 우리나라도 반도체 업종까지 온기가 퍼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