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26일 15:0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회사의 근본적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밸류업 전략'의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김창래 PwC컨설팅 스트래티지앤드(Strategy&) 본부장(사진 왼쪽)은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적당한 시점에 저렴하게 기업을 사들인 직후 호황기 때 비싸게 팔아 수익을 남기는 과거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사들인 회사의 근본적 기업가치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투자금을 회수하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PwC컨설팅 스트래티지앤드에서 SFD(Strategy For Deals)팀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SFD팀은 삼일PwC 딜 부문과 협업해 딜 소싱 이전 스터디 단계부터 실행, 인수 후 통합(PMI), 볼트온(동종기업 추가인수), 매각까지 거래 전반을 컨설팅하는 역할을 맡았다. PwC는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5대 전략 컨설팅기업 스트래티지앤드(전 부즈앤컴퍼니)를 2014년 인수하면서 역량을 강화했다.
일반적으로 M&A 과정에서 인수자는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투자은행(IB) 등 전문가 집단에게 법무자문과 회계자문, 재무자문 등을 받는다. 인수 대상 기업의 사업적 경쟁력과 인수 이후 밸류업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등 전략적 의사결정을 할 때도 자문을 받는다. 이 때 고객사들이 찾는 게 SFD팀이다. SFD팀은 M&A 과정 전반에서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전략적 의사결정을 후방 지원한다.
김 본부장은 SFD팀이 하는 일을 '목표했던 M&A의 기대 효과를 높이는 역할'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좋은 매물을 찾아서 소개해주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며 "고객 관점에서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려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거래 완수를 돕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했다.
SFD팀의 일은 딜을 소싱하는 단계 이전부터 시작된다. 예를 들어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펀드의 포트폴리오 분배 차원에서 새로운 섹터에 투자를 고민하고 있다면 해당 분야에 대한 스터디부터 돕는다. 김 본부장과 함께 SFD팀을 이끄는 장유신 전무는 "해당 섹터의 투자 타당성부터 검토하기 시작해 매물 후보군을 좁힌다"며 "본격적인 거래가 시작되면 잠재 매물의 경쟁력을 분석하고 시너지와 리스크 요인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밸류업 과제를 명확히 제시하는 작업도 SFD팀이 맡는다"고 말했다.
PEF 운용사는 SFD팀의 자료를 활용해 출자자(LP) 투자금을 모으기도 했다. 스트래티지앤드는 2021년 IMM크레딧앤솔루션이 윤활유 기업 SK엔무브 지분 40%를 인수하는 거래의 사업실사(CDD)를 맡았다. 당시 LP들은 전기차 시대가 열리는 만큼 윤활유 기업에 투자하는 데 대한 의구심이 상당했다.
장 전무는 "전기차 시대가 오는건 분명하지만 언제 그 시대가 열릴지는 미지수였다"며 "고성능·고효율·친환경 윤활유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상당한 가치가 있다는 점을 강조해 LP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타깃의 숨겨진 가치를 명확히 하고,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게 전략 컨설턴트들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SFD팀의 강점은 삼일PwC 딜 부문과 협업할 때 한층 극대화된다. 장 전무는 "인수자 입장에서 각 영역별 자문사를 따로 쓰면 서로 정보 공유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딜 진행 과정에서 비효율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일PwC와 SFD팀이 협업할 땐 삼일 딜 부문에선 딜 소싱과 재무자문, 회계자문 등을 맡고 SFD팀은 사업자문과 PMI 등 전략 컨설팅을 맡는다"며 "원팀으로 긴밀히 협업하며 긴 호흡으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 전무는 "M&A 설문조사를 보면 '목표했던 M&A 기대효과를 실현하지 못했다'고 답한 비중이 60%를 넘는다"며 "SFD팀은 딜 진행 과정에서 고객사들이 가진 핵심 고민을 해결해 기대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박종관/하지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