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팟 터졌다!" 지난 25일 오후 4시. 서울 성동구 성수동 GS25 프리미엄 플래그십 매장 도어투성수 건물에 들어서자 손님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카지노처럼 조성된 룰렛 게임존에서 잭팟이 터진 것이다. 구경하던 이들의 손에는 얼음을 동동 띄운 소주 칵테일이 있었다. 현장에는 30여팀이 대기 중이었으며 40분~1시간 기다려야 입장이 가능했다.
이곳은 선양소주가 소주 '선양' 출시를 기념하며 성수에 문을 연 팝업스토어 '선양 카지노'다. 카지노 콘셉트로 입장할 때 주어진 칩을 활용해 게임을 즐기고 '선양'을 맛보며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게임존에서는 카드 마술과 빅 휠, 컵 마술 등 게임에 베팅하는 이색적인 체험을 유도했다. 즉석 사진 부스에서 인증샷을 촬영하는 젊은이들도 많았다.
직접 소주를 마시면서 체험을 하는 만큼 신분증 확인을 거친 후 입장할 수 있었다. 업무차 성수동에 왔다는 전인영 씨(30)는 "카지노 콘셉트에 이끌려서 오게 됐다"며 "원래 선양소주라는 브랜드를 몰랐는데 이제야 알게 됐다. 평소에 소주를 별로 안 마시는데 이번에 게임을 즐기며 마셔보니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홍보 게시물을 보고 왔다는 이혜진 씨(25)는 "소주가 독하고 알코올 향이 심해서 잘 못 먹는데, 선양은 부드러워서 괜찮다"며 "이번 카지노 콘셉트도 재미있게 잘 봤다"고 했다. 이 씨의 친구 최선영 씨도 "소주가 너무 독해서 평소에 잘 안 먹는다"라면서도 "게임도 즐기고 구경하면서 마시니 재미있고 좋다"고 했다.
이번 팝업은 내달 12일까지 운영된다. 선양소주 관계자는 "업계 최저 도수(14.9도)·최저 칼로리(298kcal) 소주 '선양' 제품 출시를 기념해 팝업스토어를 열었다"며 "온라인 사전 예약은 빠르게 마감됐는데, 현재 현장 대기를 하다 들어오는 젊은 고객도 많다. 소주가 맛있고 목 넘김이 깔끔하다는 평이 오간다"고 귀띔했다.
선양소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20~30대를 조준한 마케팅을 강화해온 만큼 이번 팝업을 통해 젊은이들이 주로 신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하반기 성수동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 '플롭선양'은 3주간 누적 방문객 1만7800명이 다녀가며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도심 한복판에 조성한 수로와 보트 체험, 대형 미디어아트 등을 설치한 것이 이색적이라는 평을 받은 것이다.
선양소주는 이번 팝업이 구매 효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선양' 640mL 페트병(PET)과 출시 첫 주인 지난달 14일~20일 대비 최근 일주일(4월 15일~4월 21일) 매출이 87.5% 늘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주류업계가 젊은 층수요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팝업 경쟁'에 나섰다고 풀이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팝업스토어 '크러시 에비뉴'를 열고 20~30대의 적극적인 호응을 이끌었다. 당시 팝업스토어에서 크러시 모델이자 인기 아이돌 에스파 카리나를 내세운 포토존을 마련하기도 했다.
오비맥주는 지난 10일까지 여의도 IFC몰에서 생맥주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이 매장은 '한맥 엑스트라 크리미 생(生)'을 선보이는 자리로, 방문객은 매장에서 제품을 시음할 수 있었다. 하이트진로는 소주 신제품 '진로골드' 출시에 따라 팝업스토어 '진로골드 판타지아'를 서울과 부산에서 각각 내달 6일, 12일까지 운영한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젊은 세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해선 브랜드 경험 공간이 필요한데, 그런 목적으로 주류업계가 팝업스토어를 확대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면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활동을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