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29일 영수회담을 하고 정국 현안을 논의한다. 두 사람이 양자 회담을 하는 건 2022년 5월 윤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비롯해 국무총리 인선 등 여러 민생·국정 현안이 대화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경색된 정국이 풀릴지 관심이 쏠린다. ○대통령실 “국정현안 푸는 계기 기대”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천준호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영수회담을 위한 제3차 실무 회동을 마친 뒤 각각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회담은 당초 검토된 오찬이 아니라 차담회 형식으로 결정됐다. 회담 시간은 기본 1시간으로 정하되 대화가 길어질 경우 시간 제한 없이 이어가기로 했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비서실장, 홍 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민주당에선 천 실장,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 박성준 대변인 등 3명씩 배석한다.
홍 수석은 브리핑에서 “대통령과 야당 대표 간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국정 현안을 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천 실장은 “민생 회복 및 국정 기조 전환과 관련한 현안을 이야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사전에 의제를 정하지 않고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 홍 수석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독대 여부에 대해 “두 분 간 시간은 두 분이 결정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李 “접어두고 대통령 만나겠다”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만남을 요청한 뒤 두 차례 실무 회동을 했지만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의제를 정해 어느 정도 결론을 낸 뒤 만나자고 요구한 반면 대통령실은 ‘의제에 제한을 두지 말자’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난항을 겪던 일정 및 의제 조율은 이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말하며 급물살을 탔다. 이어 40분 뒤 대통령실이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고 곧바로 이어진 3차 실무 회동에서 회담 일정이 결정됐다.
홍 수석은 “이 대표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윤 대통령의 뜻과 의제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신속히 만나겠다는 이 대표의 뜻에 따라 차담 회동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천 실장은 “하루라도 빨리 회담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양측의 일정을 고려해 가장 이른 날짜가 월요일(29일)이었다”고 설명했다. ○뚜렷한 결과 없으면 정국 다시 경색정치권에선 영수회담이 늦어질수록 양측 모두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 극적인 합의로 이어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회담 결과가 ‘빈손’일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도 일단 만나기로 한 것”이라며 “성과에 따라 만남 여부를 결정할 정도로 민생이 한가한 상황이 아니라는 게 이 대표의 판단”이라고 했다.
사전에 의제를 정하지 않은 만큼 영수회담에서는 다양한 주제가 논의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후임 총리 인선을 비롯해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에 대한 협조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과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 추진 등을 건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폐기된 방송3법과 양곡관리법 등도 논의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양측이 뚜렷한 결과 없이 기존 입장만 재확인하면 다시 정국이 얼어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양길성/김종우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