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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항공편 운항이 일방적으로 취소되거나 일정 시간 이상 연착될 경우 티켓값 전액을 자동으로 환불해주는 규정이 도입된다. 대선이 약 반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정크 수수료’와의 전쟁에 고삐를 죄고 있다는 평가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교통부는 24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신규 규정을 확정해 발표했다. 새 규정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운행이 취소되거나 연착된 비행편에 대해 고객의 요청이 없더라도 수일 내로 전액 자동 환불 처리해야 한다. 연착의 기준은 국내선 최소 3시간, 국제선 최소 6시간이다.
이전까지 항공사들의 재량에 맡겼던 환불 규정을 일원화해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수화물 요금도 고객이 위탁 수화물을 12시간 이내(국내선, 국제선은 15~30시간)에 돌려받지 못한 경우 전액 돌려주도록 한다. 지정 좌석, 기내 와이파이 등 별도 요금을 내야 하는 기내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항공사들은 환불 대신 대체 항공편이나 할인 쿠폰 등을 제공할 수 있지만, 고객은 이를 거부할 수 있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은 로널드레이건 국제공항에서 연설에 나서 “고객에게는 머리를 싸매고 항공사와 실랑이하지 않고도 (충분히 제공받지 못한 서비스에 대해) 환불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미 교통부는 또 항공사와 예매 대행 사이트들에 고객들이 항공권 예매 단계에서부터 변경·취소 수수료와 수화물 요금 등을 정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투명하게 알릴 것을 요구했다. 부티지지 장관은 “항공권 운임 외 모든 추가 요금은 눈에 띄게 고지돼야 한다”며 “항공사들은 수수료 경쟁이 아닌 고객 확보 경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2022년 10월 바이든 행정부는 가격을 교묘하게 올려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을 전가하는 기업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른바 정크 수수료를 근절해 인플레이션을 해소하겠다는 목표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 경제 전반에 산재해 있는 수백억 달러 규모의 정크 수수료를 줄이거나 아예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금융, 통신 등 여러 분야에서 정크 수수료 부과 금지 조치가 취해졌다.
폴리티코는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정크 수수료 타파 정책이 76%의 지지를 얻는 등 유권자들의 호응이 크다고 전했다. 교통부는 이번 규정이 전면 시행되면 연간 5억달러(약 6873억원) 이상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도입까지는 6개월에서 2년의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