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를 공개한 2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4층 기획재정부 기자실. 윤인대 기재부 경제정책국장과 이승한 종합정책과장, 김귀범 경제분석과장이 GDP 관련 백브리핑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기재부에서 거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이들 세 명의 엘리트 경제관료들이 일제히 브리핑에 참석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이들의 표정은 항상 무겁고 침체된 표정으로 일관됐던 지금까지의 브리핑과 달리 상대적으로 다소 밝은 모습이었다. 한은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수출과 건설투자, 민간 소비 등의 호조에 힘입어 전기 대비 1.3% 성장했다. 2021년 4분기(1.4%)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이다. 시장 전망치(0.5~0.6%)도 훨씬 웃돈다.
정부가 당초 제시했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2.1%)를 2% 중반대까지 높여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재부에 따르면 산술적으로 ‘깜짝 성장’을 기록한 1분기 기저효과로 인해 2분기 성장률이 0%까지 일시 조정되더라도,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0.5%씩 성장 흐름만 보여도 올해 2.6% 성장률 달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윤 국장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잘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정도까지 높을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선명한 청신호’, ‘교과서적인 성장경로로의 복귀’ 등 지금까지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문구를 앞세웠다.
기재부는 이날 한은의 공식 발표 직후 별도 설명자료를 배포하고 백브리핑도 진행했다. 기재부는 한은이 GDP 속보치를 발표하기 전날인 지난 24일 저녁에 당초 예정에 없던 관련 백브리핑 일정을 공지했다. 이때부터 GDP 속보치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정부가 한은 GDP 발표 직후 별도 브리핑을 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1분기 GDP 성장률이 당초 예상치를 크게 웃돌 것이라는 점을 미리 인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기류는 지난달 산업활동 동향 지표 평가에서도 미묘하게 드러났다. 통계청이 2월 산업활동 동향 지표를 공개한 지난달 29일 기재부는 ‘경기 회복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는 모습’이라는 낙관적인 평가를 내놨다. 당시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 판매가 한 달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내수 회복이 더딜 것이라는 관측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낙관적인 평가를 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1분기 GDP 성장률이 1%대에 도달할 수 있겠다는 예상은 했지만, 1.3%에 달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윤 국장은 “2년 만에 이런 숫자를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2년 3개월 동안 0%대에 그친 낮은 성장률과 함께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분위기가 침체됐던 기재부 경제정책국에 오랜만에 희소식이 등장한 것이다.
다만 기재부 경제정책국은 ‘깜짝 성장’에도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 윤 국장은 “1분기 GDP 수치가 좋게 나왔지만, 수치 자체가 국민 삶을 개선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표상 숫자가 국민 삶 전반 곳곳에 흘러가서 개선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이런 숫자가) 민생 곳곳에 흘러갈 수 있도록 추가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대 물가 조기 안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