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전환 전략으로 에너지 위기 시대 돌파”

입력 2024-05-05 06:00
수정 2024-07-09 09:27


[한경ESG] 리딩 기업의 미래 전략 - GS칼텍스

GS칼텍스의 녹색 전환(Green Transformation, GX) 전략은 말 그대로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이 핵심이다. 허세홍 GS칼텍스 대표는 2023년부터 GX를 강조하고 있으며, 주요 사업에서 온실가스를 저감하고 환경영향을 최소화하는 활동을 넘어, 본격적인 친환경 신사업 발굴을 통해 자원효율화 및 탄소저감, 순환경제 구현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GS칼텍스가 말하는 전환은 탄소중립 달성뿐 아니라 에너지 공급과 가격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저탄소 신사업을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공급망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에너지산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만큼 사업을 신중하게 추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정재 GS칼텍스 뉴에너지 부문장을 만나 GS칼텍스의 녹색 전환 전략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 녹색 전환 추진에서 핵심 전략은 무엇인가요.

“GS칼텍스는 효율 중심으로 관리하던 정유 사업을 저탄소 정유 사업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에너지전환을 새로운 사업 기회로 보기 때문입니다. 바이오연료, 폐플라스틱 리사이클링 같은 기존 사업과 접점에 있는 신사업을 추진 중이고, 수소와 탄소포집 및 활용·저장(CCUS) 등 획기적으로 탄소를 저감 가능한 사업도 동시에 준비하고 있습니다. 성공적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탄소중립이라는 하나의 목표가 아니라 안정된 가격, 공급 안정성이라는 3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므로 사업을 신중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 저탄소 신사업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나요.

“기존 설비를 최적화하고 일부 설비를 개조해 바이오연료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 항공연료(SAF), 바이오 선박연료(BMF) 등을 생산하는 것이죠. 특히 바이오연료 부문은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기존 식물성기름 기반의 1세대 원료뿐 아니라 2세대 원료인 폐식용유, 팜부산물 같은 탄소저감 효과가 높은 재생 원료를 확보하고자 국내외 많은 기업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폐플라스틱의 물리적 재활용 사업을 운영 중이며,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을 통해 생산한 열분해유를 정유·석화 공정 원료로 투입해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자원순환 사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리사이클 사업은 안정적 원료를 통해 사업 타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 수소 부문도 에너지산업의 신성장 동력이죠.

“맞습니다. 수소 역시 중요한 친환경에너지 사업입니다. GS칼텍스는 여수공장에서 대규모 수소 생산 설비를 운용한 경험과 역량이 있습니다. 수소 충전소 구축, 액화수소 생산과 공급, CCUS 블루 수소 클러스터 구축, 연료전지 발전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에게는 안정적 수소에너지를, 기업에는 CCUS를 통해 실질적으로 탄소를 감축할 방안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특히 2022년 11월 GS칼텍스를 포함한 GS에너지, 한국동서발전, 남해화학, 한화솔루션, 현대글로비스 등 8개사와 CCUS 사업 협력을 위한 협약식을 체결하고, 여수산단만의 CCUS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협력 중입니다.”

- 녹색 전환에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시장은 어디인가요.

바이오연료 시장입니다. GS칼텍스는 국제항공탄소 상쇄 및 감축제도(CORSIA) 등 국제사회의 탄소저감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2023년 관련 조직을 확대해 바이오 원료 확보 및 바이오 케미칼 제품 생산 사업의 경쟁력을 키워왔습니다. 바이오연료 시장은 시장성이 충분히 검증된 분야입니다. 현재 인도네시아 바이오 원료 정제 시설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3년 바이오 원료 정제 사업을 위해 인도네시아에 설립한 법인 ARC에 포스코인터내셔널과 공동투자해 바이오 원료 정제 시설을 건설하기로 했습니다. 2024년 상반기에 인도네시아 팜유 정제공장을 착공할 계획입니다. 정제 시설은 30만m² 규모 부지에 들어섭니다. 2025년 2분기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연간 50만 톤의 바이오 원료와 식용유지를 생산할 예정입니다. 또 정제 시설 등에서 발생하는 폐원료 회수 사업도 공동으로 추진해 SAF, BMF 등 바이오연료 생산에 투입되는 재생 원료 수급 안정성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 우선은 정유 사업 전반의 탄소감축이 시급해 보입니다.

“GS칼텍스는 저탄소 정유(Lower Carbon Refinery) 실현을 위해 감축, 대체, 상쇄 3가지 영역에서 감축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에너지 효율화와 저탄소 원료 및 연료 사용이 핵심입니다. GS칼텍스는 글로벌 정유사 대비 에너지 효율 지수(EII)가 매우 우수한 수준이지만, 지속적인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사업장의 탄소배출을 꾸준히 줄여가고 있습니다. 생산 시설 가동 연료도 기존 저유황 중유(LSFO) 등 액체연료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등 저탄소 가스연료로 전량 바꾸기도 했죠. 대체 부문은 스코프 2로 불리는 전기, 스팀 등 외부 구매 에너지원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저감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무탄소·저탄소 전기·스팀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수요 기업 간 직접 계약거래 방식인 전력구매계약(PPA) 추진을 통해 사업장의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자 합니다. 또 산업단지 내 스팀 네트워크를 구축해 저탄소 스팀을 공정에 활용하고, 각 공장에서 발생한 폐열을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외부 감축 사업 등을 통해 탄소배출을 상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 탄소가격을 의사결정에 반영하고 있나요.

“GS칼텍스는 2022년부터 한계비용 저감곡선인 한계저감비용곡선(Marginal Abatement Cost Curve, MACC)을 도출해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MACC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모든 감축 활동 또는 사업의 목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어느 정도 비용으로 얼마만큼 탄소를 줄일 수 있는지 정량적이고 체계적으로 파악 중입니다. 그러나 MACC가 구축되었다고 바로 이를 실행할 수는 없습니다. 감축 비용뿐 아니라 시설·시간·물리적 제약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전략적 우선순위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한 사업장의 감축과 대체 분야의 모든 활동을 MACC를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각 사업을 통한 탄소감축 수준과 경제성, 기타 고려 사항 등을 반영해 투자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MACC를 산출하는 데는 에너지와 탄소가격이 사용되며, 이러한 변수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 글로벌 ESG 규제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정유업계도 영향을 받나요.

향후 예상되는 공급망을 포함한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제품 단위 그리고 가치사슬 전반의 탄소감축 기회를 포착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품 온실가스 전과정평가(LCA)와 스코프 3(총외부배출량)를 분석하는 것이죠. 작년부터 원료 채취부터 생산까지(cradle-to-gate) 제품의 생애주기 동안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정량화하기 위해 LCA에 대한 국제표준인 ISO 14040, 14044, 14067을 기반으로 외부 전문가와 함께 LCA 프로세스를 구축했습니다. GS칼텍스에서 생산 중인 정유 및 석유화학 주요 제품과 폐플라스틱 재활용 제품 등을 비롯해 바이오 디젤, 복합수지 제품 등 자회사 제품에 대해서도 LCA를 완료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제품 단위의 탄소감축 기회를 확인하는 것뿐 아니라 고객사와 이해관계자에게 신뢰성 있는 탄소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판단됩니다.

- 비상장사임에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꾸준히 발간하고 있습니다.

“GS칼텍스는 2006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처음 발행한 이후 올해 19번째 보고서 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당시 국내에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행하는 회사는 10개사 미만에 불과할 정도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가 주목받지 못했죠. 그러나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은 지속가능경영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하셨고, 회사가 추진하는 다양한 종류의 환경적·사회적 활동 등을 대내외 많은 이해관계자와 소통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저 역시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체계를 구축하고, 다양한 ESG 활동을 대외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기업경영의 중요한 근간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GS칼텍스는 앞으로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통해 대내외 많은 이해관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해나갈 계획입니다.

- 글로벌 3대 공시의무화에는 어떻게 대비하고 계시나요.

“최근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EU 지속가능성 공시지침(ESRS) 등을 통해 글로벌 공시기준이 표준화·의무화되면서 GS칼텍스도 이러한 기준에 맞춰 공시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준비 중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공시 대응 TF를 구성해 글로벌 공시기준이 요구하는 공시 주제와 지표를 확인하고 공시 로드맵을 구축했습니다. GS칼텍스와 연결 종속회사들이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공시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국내 ESG 공시는 2026년 이후부터 상장사를 중심으로 의무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GS칼텍스는 올해 발간하는 2023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부터 단계적으로 국내외 ESG 공시 요구사항을 반영할 계획입니다. 연결 기준 온실가스·에너지 데이터, 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리스크의 재무 영향 등이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GS칼텍스의 대외 신뢰도와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 스코프 3 관리와 공시도 중요해 보입니다.

“사실상 글로벌 ESG 공시기준은 스코프 3 정보를 요구합니다. GS칼텍스는 지난해부터 외부 전문 기관과 함께 가치사슬 전반의 스코프 3를 산정하고, 제3자 검증을 완료했습니다. 사업 연관성, 배출 규모, 감축 가능성 등을 종합 평가해 산정 카테고리 범위를 확대하고 배출량 산정 방법론을 정교화할 계획입니다. GS칼텍스의 스코프 3 대부분은 ‘판매 제품 사용’ 및 ‘구매 원료 생산’ 단계에서 발생합니다. 향후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저탄소 원료 구매 등 방식으로 스코프 3를 줄여나갈 계획입니다.”

- 에너지산업의 녹색 전환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 있으신가요.

에너지업계는 기존 사업 인프라와 운영 역량을 토대로 새로운 에너지 플랫폼으로 도약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기존 사업으로 확보한 재원을 미래에너지 사업에 지속적으로 재투자해야 합니다. 탄소감축 효과를 산단 기업과 고객으로 확장하기 위해 CCUS 공용 설비 등 대규모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는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정부의 정책과 지원이 중요합니다. 마찬가지로 효과적인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탄소중립 기술개발이 중요한데, 장기적 투자가 필요합니다. 에너지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일관성과 실효성 있는 정책이 마련되길 기대합니다.

- 에너지 기업이 주목해야 할 ESG 어젠다는 무엇인가요.

“지난해 11월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는 최초로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기 위한 전환’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화석연료를 공급하는 에너지업계가 이제 주도적으로 나서 탄소중립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기업은 사회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사회 요구에 답해야 하는 시기가 왔습니다. 과거 탄소가격에 대한 고민 없이 사업을 추진하던 시기와 지금은 사업 환경이 크게 다릅니다. 이미 질문은 주어졌습니다. 녹색 전환과 관련된 현실성 있는 비즈니스 계획을 우리가 내놓아야 할 때입니다. GS칼텍스는 에너지전환 시대를 맞이해 신성장동력을 반드시 찾아 성공적 녹색 전환을 이뤄나갈 것입니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