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밸류업과 연계한 배당투자 전략

입력 2024-04-25 11:06
수정 2024-04-2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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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민 BNK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2023년 1월 31일 금융위와 법무부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先 배당액 확정, 後 배당기준일을 골자로 하는 배당절차 개선방안을 통해 상장기업은 결산 배당의 배당기준일을 결산기말 이후로 확정할 수 있게 변경되었다. 시행 첫 해인 2023년 결산 배당 결과 보통주와 우선주를 포함하여 총 1251개의 증권이 배당을 실시하였고 그 중 10% 가량인 127개사가 이연 결산배당을 하였다.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현대차, POSCO홀딩스 등이 2월 말을 기준일로 하였고 CJ, SK, 두산과 같은 지주사들은 4월 초까지를 배당 기준일로 결정하였다. 분기 배당은 아직 개정되지 않은 자본시장법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3월 31일이 배당기준일로 되어 2월 말 결산 배당, 3월 말 분기 배당을 실시하게 되면 더블배당주로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제도 개선을 통하여 연말 배당락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어 배당주 투자가 과거 대비 유리해졌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일본 밸류업 정책을 벤치마킹했다는 점에서 5월에 발표될 밸류업 관련 정책과 이에 따른 지수 구성종목 역시 일본 사례와 유사한 조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JPX Prime 150 지수의 구성종목은 자기자본 스프레드와 PBR에 의해 선정된다. 일본 거래소의 PBR은 RIM(Residual Income Model, 잔여이익모델)을 베이스로 하여 Book Value 이상 창출된 기업가치는 주주 요구 자본비용을 고려한 잉여자본의 현재가치가 플러스일 때 유의미하여 자기자본 스프레드가 중요한 것이다. RIM은 기업의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목표 주가 산정 방식으로 자기자본(투자원금)+자기자본을 초과하는 미래 이익의 현재가치를 합한 금액을 말한다. 한국의 밸류업은 정부 차원에서 기업의 주주환원을 장려하여 PBR을 개선시키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배당성향뿐만 아니라 주주환원여력을 같이 보는 게 중요하다. 일본이 경제전략이라면 한국은 금융전략이다. 때문에 밸류업에 연계한 배당주 투자는 일반적인 고배당주 투자와 비교하여 배당 지표는 약간 못 미치더라도 밸류에이션 회복으로 주가 부양 여력이 더 높고 여유로운 현금흐름으로 투자 등을 통한 이익 개선 또한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앞서 언급한 배당 제도 변경은 투자 수익 관점에서는 예년과 다르지 않았다. 결산 배당을 12월로 유지한 기업 중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요 종목들은 배당수익률만큼 배당락 일 주가가 하락하여 배당수익률 + 배당락의 합계가 평균 0.1% 수준을 보였다. 반면 이연 결산 배당을 실시한 기업들은 배당락 효과가 감소하여 배당수익률 + 배당락의 합계가 평균 2.3%를 기록하였다. 3.4%의 배당수익률을 보인 현대차가 4% 상승하는 등 삼성화재와 기아를 제외하고는 전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였다. 이 시기가 밸류업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피크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연 결산배당을 한 기업들이 대부분 밸류업에 적극적인 우량기업임을 감안할 때 밸류업에 연계한 배당주 투자는 우수한 전술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대표적인 배당 관련 지수로는 KOSPI 고배당50, KOSPI 배당성장50, FnGuide 고배당주, MKF배당귀족 등이 있다. KOSPI 고배당50은 일 평균 시가총액 및 거래대금 각 상위 80%이내, 3년 연속 배당 실시, 평균 배당성향 90%미만, 3년 연속 흑자 기업 중 배당수익률 상위 50개사로 구성된다. KOSPI 배당성장50은 일 평균 시가총액 및 거래대금 각 상위 50%와 70%이내, 7년 연속 배당 실시, 평균 배당성향 60%미만, FY0 DPS > 7년 평균 DPS, 5년 연속 흑자 기업 중 FY0 DPS/5년 평균 DPS 성장률 상위 50개사로 구성된다. 그 결과 KOSPI 고배당50은 은행주 비중이 높으며 KOSPI 배당성장50은 증권주와 기아, 한미반도체 등의 종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FnGuide 고배당주는 최근 3년간 적자가 1회 이하인 시가총액 500위 이내 기업 중 배당수익률 상위 30종목으로 구성되어 은행이 Top 10종목 중 7개나 들어가 있다. 반면 MKF배당귀족은 10년 이상 주당 배당금이 증가했거나 유지된 종목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LS, 리노공업, 삼양식품 등 다른 지수 구성종목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각 지수를 비교해보면 배당성장주는 배당의 절대적인 수준보다는 과거 대비 배당이 성장했는지를 중점으로 하기 때문에 배당지표는 고배당주 대비 낮으나 배당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이익 성장이 중요한 요소이다. 기업경영에 있어 배당정책은 낮출 때 드러나는 부정적 인식이 크기 때문에 이익과 이익잉여금이 충분히 확보된 이후 보수적으로 증가시키게 된다. 특히 한국은 이익 사이클이 짧아 배당 성향의 변동성이 더욱 크고 배당 컨센서스에 대한 신뢰도가 낮기 때문에 배당의 성장 지속성을 확언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채권금리 하락 시 배당성장 선호도 증가, 채권금리 상승 시는 고배당의 선호가 증가하는 로테이션을 기본으로 정성적인 방식의 리서치를 결합할 수 밖에 없었다. 즉 매크로와 계절성, 종목 리서치에 따른 변동성이 작지 않았다.

밸류업 모멘텀이 총선 이후 소진되긴 했지만 주주환원 여력이 충분한 기업들의 장기적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연초 국내 증시에 강하게 유입된 외인 매수세 역시 이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 판단된다. 때문에 단순 고배당주(또는 배당성장주)를 선택하기보다는 ROE 및 주주환원이 우수한 기업들 중 PBR이 낮은 기업들 중심으로의 접근은 배당을 포함한 주주환원에 따른 수익과 밸류업 정책에 따른 기업가치제고 -> PBR 개선이라는 두 가지 이점을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크로 환경이나 시장의 방향성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장기적으로 유효한 투자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의 금융시장이 다소 불안하다. 중동에서 야기한 유가 상승, 강한 미국 경제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과 Pivot 기대 되돌림, 상승 랠리에 누적된 가격부담 등으로 단기 변동성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밸류업에 연계한 배당주 투자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