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직 임원이 늦은 밤 사업 파트너와 술자리에서 언쟁을 벌이다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영업직 특성상 일과 시간 이후에도 식사 또는 술자리가 업무처럼 이어지기 때문에 계약서상 근로 시간만을 근거로 과로 여부를 판단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7부(이주영 부장판사)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18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사망 당시 55세였던 A씨는 2019년 7월 B회사 영업 이사로 입사했다. 그는 같은 해 8월 사업 파트너 회사 임원들과 함께하는 저녁 자리에서 사업 문제로 언성을 높이며 다투다 오후 10시께 갑자기 쓰려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A씨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근로 시간이 길지 않았고 고혈압 등 지병이 있었다”며 지급 거부 결정을 내렸다. 이에 유족 측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업무와 사망 간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유족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저녁까지 술자리에서 사업 상대방들과 사업에 관해 언쟁을 벌였던 점, 당시 이직 직후로 적극적으로 성과를 보여야 하는 상황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실제 근로 시간은 근로 계약서상 근로 시간 이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영업 업무는 그 특성상 일과 시간 이후에도 식사 또는 술자리를 동반해 계속될 수 있으므로 계약서상 근로 시간만을 근거로 과로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병이 있었다’는 근로복지공단 주장에 대해서도 “A씨의 고혈압은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며 “평소 음주량이 다소 많았으나 이런 음주 패턴도 A씨가 담당한 영업 업무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민경진/곽용희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