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발명 보상 못받았다"…KT&G 前연구원, 2.8조원 소송

입력 2024-04-24 18:24
수정 2024-04-25 01:23
전직 KT&G 연구원이 회사를 상대로 수조원짜리 거액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세계 최초로 전자담배 기술을 발명했지만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곽대근 전 KT&G 연구원은 이날 대전지방법원에 회사를 상대로 직무발명보상금 2조8000억원을 청구하는 내용의 소장을 제출했다. 개인이 청구한 소송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곽씨의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재유는 “KT&G가 이미 얻었거나 얻을 수 있는 수익과 해외에 해당 발명을 출원·등록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손실 등은 84조90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이 가운데 2조8000억원의 직무발명보상금을 청구한다”고 말했다.

소장에 따르면 1991년 KT&G의 전신인 한국인삼연초연구소에 입사한 곽씨는 2005년 전기 가열식 궐련형 전자담배 개발에 착수, 담배를 직접 가열하는 발열체를 장착한 전자담배의 프로토타입(시제품)을 개발했다. 그는 2005년 7월 첫 특허를 출원했고 이듬해 12월 발열체의 가열 상태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방법이 적용된 전자담배의 특허를 출원했다. 이어 전자담배에 적합한 스틱을 제조하고 2007년 6월 특허를 출원하는 등 전자담배 발열체와 디바이스, 스틱을 포함한 전자담배 일체 세트 개발을 완성했다. 곽씨는 KT&G에 후속 연구를 제안했지만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아 2010년 구조조정으로 퇴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곽씨가 청구한 보상액 근거에는 매출뿐만 아니라 회사가 해외 특허 출원을 하지 않아 발생한 불이익도 포함됐다. 곽씨가 2007년 등록한 특허를 통해 권리 보유 기간(20년) 동안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예상 매출 8조8000억원과 경쟁사의 70조7000억원 매출 이익 중 KT&G의 몫으로 추정되는 2조8000억원의 손해, 해외 유명 기업이 자사 제품을 국내에서 판매해 특허를 침해했는데도 KT&G가 이를 방치해 얻은 이익 6조7000억원이 직무발명보상금 산정에 반영됐다.

KT&G는 곽씨와 법정다툼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KT&G 관계자는 “이미 기술고문 계약을 통해 직무발명과 관련한 적정한 보상금을 지급했고, 곽씨도 이를 수용하고 추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데 동의했다”며 “해당 특허들은 현재 생산되는 제품에는 적용되고 있지 않으며, 이미 보상금을 지급받은 퇴직자가 부당한 주장을 지속한다면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