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돔’의 주요 부품과 탄약을 공급하는 미국 방산·우주항공 기업 RTX(옛 레이시온테크놀로지스) 주가가 상승세다. 이란이 지난 13일 이스라엘을 향해 날린 300여 기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하는 데 이 회사 방공 무기가 활약하며 ‘전쟁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평가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RTX 주가는 올 들어 18.96% 오른 101.38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하반기 에어버스 등에 납품한 항공기 엔진에 내구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69.38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벌어진 뒤 급상승했다. RTX는 베스트셀러 방공 미사일 패트리어트와 공격용 순항미사일 토마호크 등 다양한 무기를 제작·공급한다.
RTX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매출이 전년 대비 27% 급감했다가 지난해 743억1000만달러(약 103조원)의 매출을 올려 팬데믹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 이날 발표한 1분기 매출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한 193억달러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매출 787억6000만달러, 영업이익은 96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매슈 에이커스 웰스파고 연구원은 “RTX 주가는 엔진 리콜 등 일회성 비용 우려가 반영돼 저평가 상태”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지원 등으로 줄어든 무기 재고를 채워야 하는 유럽 각국 수요와 함께 최근 미 의회가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매출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올 들어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RTX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이스라엘은 이달 13일 이란의 대규모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막아내는 데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요격용 무기를 사용할 정도로 많은 자원을 쓰고 있다. 미 해군과 공군도 홍해 상선 통항을 막아선 예멘 반군과 이라크의 친이란 무장단체 등에 미사일을 소진하고 있다.
제트 엔진과 항공 교통신호 통제장치, 민간공항 관제장치 등 민간 부문과 우주 개발 부문 실적도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항공기 주문이 늘고 있고, 각국 우주 탐사 프로젝트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RTX의 엔진 자회사 프랫앤드휘트니와 항공 시스템 및 기내 장비 전문 자회사 콜린스에어로스페이스 등의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다만 엔진 리콜 문제로 인한 손실 폭이 주가 향방을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프랫앤드휘트니 엔진을 장착한 에어버스 A320네오 여객기 등이 부품 결함으로 운항을 못하고 있다. RTX 공시에 따르면 이 같은 항공기가 350~600여 대에 달하며, RTX는 미국 규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RTX는 “엔진을 수리하고, 항공사 등의 손해를 보상하는 데 최대 70억달러의 비용이 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