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퓰리즘 탈피의 고통 보여주는 아르헨티나

입력 2024-04-24 17:56
지난해 선거 유세에서 전기톱까지 꺼내 들며 방만한 재정 운영에 메스를 가하겠다고 선언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긴축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0.2%의 재정 흑자를 기록했다. 2008년 이후 무려 16년 만이다.

밀레이 정부가 재정 개혁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인 결과다. 취임 후 18개 정부 부처를 9개로 통폐합한 것을 필두로 △공무원 감원 △공공사업 90% 중단 △지방정부 이전지출 75% 감축 △대중교통과 휘발유 보조금 삭감 등 고강도 개혁을 단행했다. 수백 개 공산품의 가격 상한제 폐지와 수출 경쟁력 회복을 위한 페소화 평가절하 등 친기업 정책도 함께 추진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올 들어 매달 재정 흑자를 기록하는 등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강력한 긴축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아르헨티나의 나라 살림살이는 2020년 GDP 대비 8.5%의 재정적자를 감안하면 호전되긴 했으나, 여전히 위태로운 상태다. 3개월간 물가상승률이 70%를 웃돌고, 국립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은 전기요금이 부족해 강의실을 제외한 건물의 전등을 켜지 못하는 상황이다.

1940년대 후안 페론 집권 이후 남미 포퓰리즘의 원조 ‘페로니즘’에 사회 전체가 물든 후과다. 1983년 민주화 이후 최근 40년만 봐도 아르헨티나의 비(非)페로니스트 대통령은 지금의 밀레이와 2015~2019년 마우리시오 마크리 단 두 명뿐이다. 직전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정부에서도 복지 정책 남발로 4년 임기 중 국가부채가 962억달러(약 131조원) 넘게 늘어났다.

밀레이 대통령은 “한국의 경제 발전을 동경해 왔다. 한국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과거 아르헨티나를 따라가겠다고 안달 난 게 요즘 우리 정치권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 국민 지원금 25만원’이 바로 아르헨티나의 망국병 현금 살포 정책이다. 그 유혹에 빠졌을 때 어떤 말로를 겪는지 아르헨티나가 너무나 명확한 반면교사다.